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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야당의 흑묘백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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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5 21:56:51 수정 : 2014-09-16 01: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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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날개 못 보는 눈 가진 정당
국민 마음 얻는 데 검은·흰 고양이 따질까
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 얘기까지 나왔다. 벼랑끝 낭떠러지로 떨어진 당을 구하겠다고 40여일 백방으로 뛰어다닌 박영선의 장탄식이 자못 절망적이다. “이 당이 정권을 잡기 위한 개혁과 성찰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몰려다니며 헐뜯고 끌어내리고 하는데, 희망이 없다….” 당을 대표하는 인사조차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는 정당, 이것이 제1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이고 미래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공동비대위원장 카드는 상식을 뛰어넘긴 하지만 솔깃하다. ‘혁신’과 ‘확장’의 기치 아래 진보와 중도보수를 아우르겠다는 것이 밑그림이라니 명분도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긴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박근혜정부를 MB 2기 정부로 여기고 “정권 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리 욕심을 낼 처지도 아니다. 신의 한 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보수당에 정권을 내준 지 18년 만에 노동당 정권을 창출한 토니 블레어식 ‘제3의 길’과 같은 개혁이 어떤 조화를 빚어낼지 궁금하다. 그러나 야당 재구성의 싹은 틔우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친노·486 진보 강경파들이 불문곡직 벌떼같이 들고일어났다. 그들은 60년 정당의 정체성·정통성·자존심을 말한다. 이 교수 영입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절차의 문제점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60년 야당의 정체성·정통성·자존심이 남아 있었던가. 정통 야당의 정신을 앞장서 훼손하고 제1 야당을 지리멸렬 일패도지의 오합지졸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판판이 나가떨어지고, 선거에서 패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알량한 한 줌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집안싸움에 골몰하다 마침내 각자도생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 절체절명의 위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중국의 덩샤오핑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외친 것은 파천황(破天荒)이었다. ‘흑묘백묘’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며 개혁 개방을 밀어붙인 것은 낡은 것을 고집하다 중국 사회주의 체제 몰락을 보게 될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 인민이 잘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 자리를 놓고 미국과 다투는 오늘날의 중국을 만들었다. 키위새는 날개는 있지만 퇴화돼 날지 못하고 앞도 보지 못한다. 먹이가 풍부해 굳이 날아다닐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한 서식지 환경이 눈과 귀의 본래 기능을 잃게 했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새정치연합에는 덩샤오핑식 절박감은 없고 키위새의 눈과 날개만 있다. 하늘 위에서 지상을 굽어보며 뜬구름 잡는 얘기로 소일하다 선거철이 임박해지면 갑자기 나타나 국민과 민생을 팔고 수권정당· 정권교체를 떠드는 정치 철새와 다를 바 없다. 아무리 죽을 써도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표를 던져주는 고정 지지층이 있으니 굳이 애써 날갯짓을 할 이유가 없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니 낡은 이념에 갇히고 계파 이익에 매달린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국회 의석 130석 정당의 모습이다.

박영선 탈당설이 야권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분당과 집단 탈당의 이합집산을 밥먹듯 한 파란만장한 야당사에 견줘보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당권투쟁 노선투쟁을 끝내지 않으면 제3의 길은 고사하고 제4, 제5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그 길은 이제껏 한번도 가보지 않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정통 야당의 자존심을 지키려거든, 새누리당의 영구 집권을 저지하려거든 죽을 힘을 다해야 한다. 아니 정말로 죽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게 혁신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정당’,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민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 고양이면 어떤가.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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