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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간절해야 변한다, 축구나 정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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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1 20:43:38 수정 : 2014-09-11 20: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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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정상화 희구하는 추석 민심 접하고도
딴전만 부리는 한심한 여의도 정치
전면 물갈이 경고해야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 사령탑으로 독일 국가대표 출신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낙점됐다. 한때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바람에 독일에서 ‘탈영병’ 취급을 받았다지만 그의 핏줄을 도는 전차군단 유전자가 증발했을 리는 없다. 대한축구협회도 ‘독일 축구’ 덕목을 높이 샀을 것이다.

“독일 축구는 강하다”고 쓴 적이 있다. 7월에 ‘독일 축구’ 제하에 쓴 본지 설왕설래에서였다. 독일이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홈팀 브라질을 7-1로 대파한 뒤끝이었으니 달리 쓸 까닭이 없었다. 이젠 한 줄 보태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독일 축구가 강한 줄만 알고 새 감독에게 승전보만 요구한다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독일 축구가 원래 강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선 명심할 필요가 있다. 독일 축구는 제2차 세계대전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전쟁 전엔 잘라 말해 별 볼 일 없었다. 34년 이탈리아월드컵 3위에 오른 게 고작이다. 몰라보게 달라진 것은 패전 후다. 54년 당대 최강 헝가리를 꺾고 스위스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축구사를 새로 썼다. 이른바 ‘베른의 기적’이다. 최약체라는 예상을 깬 이변이었다.

물론 우승 감독 제프 헤르베르거의 공이 컸다. 헤르베르거는 체력, 규율, 사기 등 훗날 독일 축구를 상징하게 되는 유전자를 대표팀에 심었다. 하지만 감독 혼자 독일 축구를 바꾼 것은 아니다. 국가적 열망이 보다 깊숙이 작용했다. 독일 국민은 전후 폐허 속에서 밤낮으로 축구공을 찼고, 관중석을 메웠다. 전범국 제재가 풀린 1950년 9월 이후 첫 국제 친선전으로 열린 스위스전에는 11만명 넘는 관중이 몰렸을 정도였다. 국민이 그렇게 간절하고 절박하게 임해야 축구도 변하는 것이다.

베른의 기적, 그리고 그 이후의 개선 행진만 봐선 안 된다. 독일 국민이 그 얼마나 승리를 갈구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물심양면의 투자도 깊이 되새겨야 한다. 그래야 독일 축구의 진면목이 보이고, 한국 축구가 갈 길도 보인다. 지금처럼 K리그 관중석이 썰렁한 채로 월드컵 승전보를 요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점 또한 명확히 인식할 일이다.

간절하고 절박해야 한다. 축구만이 아니다. 정치도 그렇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민생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포괄적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희망의 싹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외려 갈수록 진창으로 빠져드는 감만 짙다. 어쩌면 축구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슈틸리케에게 맡기고 정치만 걱정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회동했다. 하지만 추석 전과 대동소이한 입씨름만 이어졌을 따름이다. 앞서 전날 국회 풍경은 더 한심했다. 추석 후 상견례 차원의 회동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추석 전과 후, 시계 시침은 몇 바퀴를 돌았지만 여의도 정치는 그대로인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추석 민심은 간절하고 절박했다. 달리 볼 여지가 없다. 국민은 정국 정상화와 경기 회복을 압도적으로 원한다. 국회에 산적한 민생법안부터 신속히 처리하고 새해예산안 심의와 같은 의정 기능도 정상 작동하기를 바란다.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는 역설적 절규가 터져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딴전이다. 여 따로, 야 따로, 국회의장 따로다. 정치권은 전혀 간절하지도 절박하지도 않다는 뜻이다. 정치권이 누리는 온갖 권력과 특혜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대의민주주의의 기초적 사실관계도 안중에 없는 셈이다.

어찌해야 하나. 단호히 매를 드는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정치권이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을 갖도록 강제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전화도 좋고, 이메일도 좋다. 면전에서라면 더욱 좋다. 여야 의원들이 추석 민심을 제대로 되새길 수 있도록 거세게 윽박질러야 한다. 기성 정치권이 전면 물갈이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갖게 해야 한다. 모름지기 간절하고 절박해야 비로소 변하는 법이다. 축구나 정치나.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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