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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관부 선원들 캔맥주 마시며 탈출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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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2 20:03:15 수정 : 2014-09-03 08: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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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기관사, 승무원 공판서 진술
침몰하는 세월호 승객 구조는 뒷전
담배도 피워… 유족들 거센 야유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도 기관부 선원들이 구명동의를 입은 상태에서 맥주를 마시며 탈출만 궁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기관부 선원들은 사고 직후 자신들의 거처인 3층객실에 모두 모여 구명동의를 입었으면서도 정작 승객들을 구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방청객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2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에서 1등 기관사 손모(58)씨는 “구명동의를 입은 후 캔맥주를 나눠 먹은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손씨는 검찰이 캔맥주를 마셨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처음엔 발뺌을 했다. 하지만 검찰이 기관부 선원 이모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기관장 박모씨와 손씨가 술을 마셨다’는 조서를 들이대자 “마신 것 같다”고 실토했다.

손씨가 캔맥주를 마신 때는 해경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는 이씨의 진술로 미뤄 사고 당일 오전 9시 20분대로 추정된다. 사고 발생 30분 만에 기관부 선원들이 술을 마신 셈이다. 손씨는 “3등 기관사 이모씨의 방에서 캔맥주 한 개를 가져와 기관장과 나눠 마셨다”고 밝혔다.

검찰이 술을 마신 이유를 묻자 손씨는 “격앙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그랬다”고 답했다. 기관장 박씨는 담배까지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손씨가 술을 마셨다고 실토하자 방청석이 술렁거렸다. 유족들은 “위급한 상황에 술 생각이 나느냐”며 야유를 퍼부었다.

술을 마시며 3층 갑판에서 탈출을 모색하던 기관부 선원 7명 모두는 사고 당일 9시 40분쯤 목포 해경 소속 123정에 구조됐다. 기관부 선원들은 사고 발생 10분 만에 자신들이 머무는 3층 객실로 모이기 시작했다. 일부 선원들은 가족들과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죽을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선장의 퇴선명령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기관장 박씨는 기관부 선원들에게 퇴선 명령까지 내렸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승객들의 구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탈출과 구조에만 매달렸다.

이들은 3층 객실에서 자신들의 안전한 탈출 시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관장 박씨는 3층 객실과 갑판이 바닷물에 닿는 시점을 탈출의 적기로 판단했다. 손씨는 “기관장은 객실이 바닷물에 닿은 점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며 “바닷물에 닿기 전에 뛰어내릴 경우 충격으로 다치거나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승객들을 왜 구조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추궁에 대해 손씨는 “판단 착오였다”고 변명했다. 또 조타실의 선장이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아 3층 객실에서 대기만 했다고 승객 구조에 나서지 못한 것을 선장의 책임으로 돌렸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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