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윤일병 사망원인 뒤집은 軍, '초동수사 부실' 논란

입력 : 2014-09-02 17:26:38 수정 : 2014-09-02 21:44: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윤 일병 사건 현장검증.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사건을 보강수사한 3군사령부 검찰부는 2일 가해자 이모 병장, 하모 병장, 이모 상병, 지모 상병 등 4명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주위적으로 ‘살인죄’,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윤 일병의 사망원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에서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이 윤 일병 사건의 초동 수사 과정이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사망원인, 왜 바꿨나

3군사령부 검찰부는 2일 “의료기록 및 부검기록 재검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윤 일병의 사인을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속발성 쇼크’도 중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좌멸증후군은 구타나 압박 등으로 근육 조직의 붕괴가 일어나면서 발생한 유독 물질이 혈액으로 쏟아지면서 장기 등이 이상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현상이며, 속발성 쇼크는 외상으로 대량 출혈이 발생해 순환 혈액량이 줄어들어 쇼크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 가해자들을 수사하고 기소한 28사단 헌병대나 검찰관은 이같은 증세를 언급하지 않았다.
 
3군사령부 관계자는 “많이 맞아 기진맥진하고 장기도 손상된 상황에서 음식물을 먹었는데, 쓰러진 직후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위에 있던 음식이 역류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검의도 먹어서 막혔는지 속에서 올라온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며 “음식물이 질식의 원인이 됐지만 중요한 것은 오랜 구타로 장기가 손상됐고, 결국 심정지 상태에 이르러 연천의료원으로 후송해 일부 음식물을 빼내 다시 살아났다가 사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건 이틀 뒤인 4월 8일 작성된 국방부 조사본부의 보고서와 지난달 4일 국회 국방위 보고서에서는 28사단의 수사 결과인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했다는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다.

◆ 살인죄 변경, 8개 혐의 추가…왜?

3군사령부 검찰부 수사에서는 가해자 이모 병장, 하모 병장, 이모 상병, 지모 상병 등 4명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주위적으로 ‘살인죄’,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또한 폭행, 협박, 재물손괴, 공갈, 강요, 증거인멸, 성매매 등 8개 혐의가 추가됐다.

28사단 검찰부는 가해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윤 일병을 살리려고 노력했고 폭행할 때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했지만 3군사령부 검찰부는 이를 뒤집었다.

3군사령부 검찰부는 그 이유로 ▲범행 당일 윤 일병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가파르며 행동이 느리고 가슴을 비롯한 몸에 상처가 많은 등 이상 징후를 윤 일병이 보였던 상태를 피고인들이 인지하고 있었던 점 ▲지속적으로 잔혹한 구타가 있었던 점 ▲운전병이었던 이 병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대학에서 의료 관련학과 재학 중 입대했고 입대 후 특기교육을 통해 일반인보다 우월한 의료지식을 갖추고 있었던 점 등을 꼽았다.

검찰부 관계자는 “살인죄 적용 여부에 대해 대법원 판례를 몇 개 봤다”며 “살인죄만 적용했다가 입증을 못하면 무죄판결이 나오기 때문에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하게 법리 공방을 펼치면서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이 정도 수사결과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부의 구상대로 살인죄가 입증되면 가해자들은 최고 사형까지 언도받을 수 있으며, 입증이 되지 않더라도 혐의가 대거 추가된 상황이라 징역 30년까지 구형될 수도 있다.

◆ 부실 초동수사 논란 피하기 어려워

3군사령부 검찰부의 수사결과 발표는 28사단의 초동 수사에 대한 ‘부실’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윤 일병 사건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군인권센터는 입장자료를 통해 “3군사령부 검찰부 브리핑은 주요 공소사실인 사인 및 추가 기소 내용에 있어서 28사단과 6군단 헌병대, 28사단 검찰관의 부실 은폐 수사를 인정한 것”이라며 수사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군사전문가도 “법적 잣대는 동일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 28사단 검찰부와 3군사령부 검찰부의 잣대가 서로 다른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3군사령부 관계자는 “초동 수사 결과는 담당 검찰관이 나름대로의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해 내린 것이고,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며 “3군사령부 검찰부는 보강 수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들을 추가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부는 윤 일병 사건과 관련된 모든 혐의를 기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수사했다”며 “혐의가 대거 추가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군 수사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요 사인과 기소 내용이 바뀐 것을 놓고 ‘초동 수사 부실’ 논란이 커지면서 수사 담당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군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