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반도 리포트] 北, 다변화 외교공세 왜

관련이슈 한반도 리포트

입력 : 2014-09-02 19:13:40 수정 : 2014-09-22 10:17: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정은 ‘핵·경제 병진정책’ 완수 위한 대외적 환경 마련 포석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전방위적인 다변화 외교 공세가 심상찮다. 북한 외교를 이끄는 강석주 조선노동당 비서와 리수용 외무상이 이번 달 각각 유럽과 미국을 방문한다. 리 외무상은 앞서 비동맹운동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중동·아프리카 순방(5∼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에 동남아를 순방했다. 강 비서의 유럽 순방, 리 외무상의 방미가 끝나면 대륙별로 중남미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대한 1단계 방문 외교가 완료되는 셈이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외교의 다변화 공세

북한은 꽉 막힌 남북관계와 소원해진 북·중 관계의 손실을 보상받으려는 듯 일본, 러시아, 몽골, 동남아 등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일본인 납북자 조사에 대한 북·일 합의 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방북 임박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리 외무상은 4월9일 외무상에 오른 뒤 활발한 순방 외교를 벌이고 있다. 대상도 동남아, 중동·아프리카를 망라한다. 79세의 고령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계기로 쿠웨이트, 감비아, 모잠비크 등 중동·아프리카 국가를 합쳐 약 50일간 외국에서 보냈다. 알제리에서 만난 외교장관과 정부 대표만 해도 주최국을 포함해 이란 베네수엘라 나미비아 우간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몽골 등 20여개국에 가깝다. 귀로에는 자신이 대사로 있었던 스위스에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에는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ARF을 계기로 다시 순방에 나섰다. 미얀마와 라오스, 베트남, 싱가포르 등을 방문했다. 미얀마에서는 중국 일본 캐나다 몽골 등 10개국이 넘는 나라의 외교장관, 정부 대표와 만났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식의 전방위적인 다변화, 다각화 외교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31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건설·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며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 이 같은 외교 노선을 결정했다. 사진은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3월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노동신문
◆핵·경제 병진정책의 일환


북한의 전례 없는 외교 공세에는 어떤 배경이 깔려 있을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3월31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3월 전원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북한은 이 회의에서 김정은시대의 정권운영 지표인 핵무력건설과 경제건설 병진노선(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당시 김 제1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병진노선을 관철하기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대외활동을 적극 벌여 나가야 한다”고. 그러면서 “핵 강국의 존엄과 위력으로 대외활동을 배심(뱃심)있게 벌여야 한다”, “강성국가 건설을 힘있게 추동할 수 있는 대외적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여야 한다”, “우리의 선택과 로선(노선)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대외활동을 주동적으로 벌여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지지자, 동정자대렬(대열)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 직후인 지난해 5월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베를린 회동이 이뤄졌다. 같은 달 아베 총리 특사인 이지마 아사오(飯島勳)의 방북이 성사돼 북·일 대화도 시작됐다.

핵·경제 병진 정책은 핵 개발 → 재래식 군비 감축 → 절약한 군비의 경제건설 활용 → 인민생활 개선이라는 논리적 흐름을 갖고 있다. 그 전제는 바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외교 공세는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핵·경제병진노선의 대외적 실천인 셈이다. 당시 전원회의에서는 대외무역의 다각화도 강조됐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리용남 대외무역상은 이후 적극적인 경제외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외교의 일련의 모습을 포괄적 세계전략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계체제를 구상하던 2009년부터 나온 개념”이라며 “대미와 대남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하되 대중 대러 대일 대아세안 등 다른 모든 축을 보다 다변적으로 개선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공세 성공할까

북한의 공세가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북한 외교의 다변화, 다각화 공세는 겉으로는 화려하면서도 위협적이다. 다만 현재 북한의 고립 국면이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대립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북·미 간 돌파구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외교 공세에 대해 우리 정부 내에서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2일 “국제사회는 일관되게 북핵 불용 입장을 공유하고 있어 북한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일, 북·러 관계에서 일정한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외교 다각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고리로 한 북·일 관계, 나진·하산 개발 문제로 연결된 북·러 관계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구갑우 교수는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만 유지하려면 여러모로 불편하기 때문에 대외 관계를 확장하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 미국 일본 아세안 등과의 대외 관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북한의 다변화 전략에 대한 전망에 대해 “결국 북·미 관계가 관건이 되겠으나 현재 북·미 관계가 안 풀려도 북·일, 북·러 관계가 일정하게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북·미 관계 경색이 유지되면 (효과가) 제한적이겠으나 북·일, 북·러와 같이 상대국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한 일정한 형태의 관계 개선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