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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만큼 인간과 친숙한 곤충은 드물다. 시골 들녘에 흔했던 메뚜기는 아이들에게 친근한 동무였다. 메뚜기를 잡으러 다니다 보면 하루해가 저무는 줄도 몰랐다. 배고팠던 시절의 얘기다. 동네 아이들과 수백마리의 메뚜기를 잡아 날개와 다리를 떼어내 가을철 벼 이삭과 함께 구워먹으면 간식이 아니라 주식으로 그만한 게 없었다.

메뚜기가 ‘무서운 곤충’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펄 S. 벅이 중국 대륙을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 ‘대지’가 아닌가 싶다. “세상이 온통 밤처럼 캄캄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엔 잎사귀는 볼 수 없고, 모두 황무지로 돌변했다. 아낙네들은 향을 사다가 지신(地神)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올렸고, 남정네들은 밭에 불을 지르고 고랑을 파고 장대를 휘두르며 메뚜기와 싸웠다.”

우리나라에도 메뚜기와 얽힌 기록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고려 명종 18년 7월에는 함남 덕진군 진명지방에 메뚜기 떼가 비를 타고 내려 농사를 완전히 망쳤고, 고종 15년에도 메뚜기 떼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메뚜기 얘기가 나온다. 선조 30년 7월에는 “여러 고을에 메뚜기가 창궐하여 추수할 가망이 없다”는 함경도 관찰사 송언신(1542∼1612)의 보고도 있었다.

메뚜기와 인간의 악연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아프리카나 중동 지방에 메뚜기 떼가 출몰해 곡물지대를 초토화했다는 소식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성경의 출애굽기에는 모세가 이집트에 메뚜기 떼를 내려앉게 해 땅을 황폐화함으로써 파라오에게 경고하는 내용이 나온다. 서양에서도 메뚜기 떼를 신이 내린 재앙으로 여겼다.

이런 메뚜기들이 이번에는 전남 해남을 급습했다는 소식이다. 이 지역을 공습한 종류는 토종 풀무치라고 한다. 풀무치는 메뚜기과에 속한다. 소설 대지에 등장하는 바로 그 곤충이다. 국내에서 서식한 것인지 해외에서 날아들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고려사와 조선시대 성종실록 등에는 메뚜기 떼 등을 황충(蝗蟲)이라고 표현하며 ‘재앙의 조짐’으로 분석했다. 세월호특별법이다 뭐다 해서 날만 새면 정쟁을 벌이는 정치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세비만 축내는 정치인. 그들은 가을 들녁을 짓밟는 메뚜기 보다 하나도 나을게 없는 부류들이다.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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