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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의천기누설] 올해 추석 보름달은 조금 찌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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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1 21:56:57 수정 : 2014-09-01 23: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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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은 1일이 천문학적 기준
115년 만에 만들어진 천문법
음력 15일 보름밤 가끔 찌그러진 둥근 달이 뜰 때가 있다. 내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홍보담당 실무자였을 때 이와 관련해서 몇 번의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 민원인이 ‘왜 달이 둥글지 않으냐’ 묻는 것보다 ‘너희 천문학자들 일 똑바로 해라’ 같은 뉘앙스로 따졌던 것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중국과 교역하는 사람은 ‘왜 중국과 칠월칠석 날짜가 다르냐’ 물으며 ‘꼭 달라야 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것은 책력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칼럼을 통해서 독자 여러분에게 명쾌하게 설명 드리고자 한다.

먼저 음력 1일 날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보자. 해의 중심과 지구의 중심을 연결하는 직선을 생각한다.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중심이 이 직선에 가장 접근하는 순간이 있다. 천문학에서 그 순간을 ‘삭’이라 하고 한자로는 ‘朔’으로 적는다. 음력 15일은 ‘망’이라 하고 한자로는 ‘望’으로 적는다. 그래서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을 ‘삭망’이라고 표현한다.

음력에서는 삭을 포함한 날이 바로 1일이 된다. 즉 삭이 새벽 1시17분에 있든 저녁 7시27분에 있든 그날이 음력 1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거의 하루 길이에 해당되는 오차가 늘 적용되고 그 결과 음력 15일 달이 둥글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추석 보름달은 조금 찌그러진다. 하지만 그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른다.

올해 2014년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책력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심지어 윤 9월까지도 똑같다. 하지만 예를 들어 2012년의 경우는 중국과 많이 달라서 정말 골치가 아팠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대해 특히 역술가들의 불만이 대단했던 걸로 안다.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2012년의 경우를 설명하겠다.

음력 5월1일의 삭이 우리나라는 양력 6월20일 0시2분에 있었지만 중국은 양력 6월19일 23시2분에 있었다. 이는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음력 5월1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양력 6월20일, 중국에서는 양력 6월19일이 됐다. 그래서 음력 5월5일인 단오가 우리나라는 양력 6월24일, 중국은 양력 6월23일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드문 현상이 7월에 또 반복됐다. ‘2012년의 저주’라고나 할까. 음력 7월1일의 삭이 우리나라는 양력 8월18일 0시54분에 있었지만 중국은 양력 8월17일 23시54분에 있었다. 따라서 음력 7월1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양력 8월18일, 중국에서는 양력 8월17일이 됐다. 그래서 음력 7월7일인 칠석이 우리나라는 양력 8월24일, 중국은 양력 8월23일이 된 것이다.

그런데 ‘2012년의 저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윤 3월이 있었는데 중국은 윤 4월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알다시피 1년은 12달이니까 양력이든 음력이든 24절기는 1달에 2개씩 들어간다. 양력의 경우에는 예외가 없지만 음력의 경우에는 24절기가 1개만 들어가는 달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윤달이다.

여기서 24절기는 양력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양력 4월에는 청명과 곡우, 양력 5월에는 입하와 소만, 6월에는 망종과 하지가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청명은 양력 4월4일, 곡우는 양력 4월20일이었다. 따라서 청명은 음력 3월14일, 곡우는 음력 3월30일이 돼 음력 3월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입하는 양력 5월5일, 소만은 양력 5월21일이었는데 소만이 음력 4월1일이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졸지에 입하가 음력 3월과 4월 사이에 혼자 남게 됐다. 그래서 2012년 5월5일 입하는 윤 3월15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중요한 책력의 운용에 대한 관련 법규가 없었다. 고종 황제가 1895년에 내린 양력 채택 칙령이 우리나라의 마지막 천문법규였고 이후 100년이 넘도록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마음대로 달력을 만들어 배포해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2006년 음력 1월 일부 휴대폰에 설날이 양력 1월29일이 아니라 30일로 잘못 표기된 적이 있었다. 2006년 음력 1월에 출생한 아이가 있는 집은 사주를 다시 체크해보기 바란다. 예를 들어, 양력 2월10일은 음력 1월13일이 옳은데도 불구하고 1월 12일로 잘못 알 수 있다. 사주가 하루나 틀리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다행히 잘못된 경우도 양력 2월28일이 음력 2월 1일로 바로잡히면서 문제는 사라졌다.

당시 한국천문연구원장으로 있던 나는 이를 중시하고 연말연시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사태’를 예방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해당 이동통신사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이런 일을 계기로 나는 나라의 근본이 되는 천문 관련 법률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 한국천문연구원의 노력은 결실이 있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박영아 국회의원이 주축이 돼 ‘천문법’을 발의하고 마침내 2010년 7월2일 공포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음력을 없앤다거나 하는 일은 이 법을 수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천문법은 ‘윤초’의 근거를 마련하는 등 나라의 기본이 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법률로 자리매김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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