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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땀 흘려 준비해도" 설 무대 없는 장애인 예술단

관련이슈 '문화융성'시대, 장애인 예술을 말하다

입력 : 2014-09-01 20:32:21 수정 : 2014-09-02 01: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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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융성’시대, 장애인 예술을 말하다]
공연장 대관 어렵고 그나마 편의시설 갖춘 곳 찾기 어려워
“휠체어 통행을 위해 3m 길이의 슬라이드를 극장 측에 요청했다가 ‘이런 게 귀찮아 대관 안 해주려고 했다’는 핀잔만 들었죠.”

한 장애인 무용단체 대표가 내뱉은 한탄이다. 장애인 예술단들은 수준 높은 공연을 꾸리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정작 이를 선보일 무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장애인 예술단들은 한목소리로 “일반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장애 예술인을 고려한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극장을 찾기 어려운 것은 물론, 어렵게 대관을 해도 극장 측에서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장애인 공연 대관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일반 예술단보다 수십배 더 많은 노력을 들여 공연을 만들고 있는 장애인예술단 ‘빛소리 친구들’. 이 단체들은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렇게 준비한 공연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각 예술단 제공
◆“피땀 흘려 준비해도 무대 찾기 어려워”

“10분짜리 공연을 위해 2년 넘게 연습합니다. 전문 무용수에 뒤지지 않는 무대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임인선 필로스장애인무용단 단장)

지적장애아들로 구성된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은 2013년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올라 찬사를 받았다.

이 단체는 지난해까지 단장이 교수로 있던 경기 안양 대림대에서 정기공연을 올렸다. 그러다 올해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일곱 번째 정기공연을 열 수 있게 됐다.

임 단장은 “이전까지 접근성이 떨어져 많은 사람에게 우리 무대를 선보일 수 없었는데, 이번에 서울에서 공연을 하게 돼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무용단은 운이 좋은 경우다.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의 송정아 대표는 “일반 극단처럼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싶은데,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이 없어 엄두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휠은 오는 10월 마포아트센터에서 ‘서울에이블연극제’를 개최한다. 송 대표는 “마포아트센터는 구청 산하에 있는 시설이라 기본적인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지만, 휠체어를 탄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대관을 하더라도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 무용을 선보이는 장애인무용단 ‘빛소리 친구들’은 지난해 극장 관계자로부터 “무대에 깔린 댄스플로어를 쓰지 말고 직접 가져오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었다.

최영묵 ‘빛소리 친구들’ 대표는 “공연을 올리면서 한 번도 손상을 입힌 적이 없는데도, 매번 극장 측은 무대에 깔린 댄스플로어를 쓰지 못하게 한다. 이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로 마찰을 빚어 어쩔 수 없이 무용단이 직접 댄스플로어를 임대해 공연하거나, 아예 대관 자체를 거절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의 공연 모습.
◆“장애인 공연 의무할당제 고려 필요”


2015년 4월 서울 대학로에 장애인문화예술센터가 문을 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 52억여원을 들여 준비 중인 시설로, 장애 예술인들의 창작·전시·공연 활동 지원이 주된 목적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장애인문화예술센터는 5층에 공연장 겸 연습실을 마련할 예정이다.

장애인예술단 관계자들은 이 시설에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5월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운영계획 설명회에 참석한 송정아 대표는 “연극 공연장이 많은 대학로에 생긴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막상 공연장이라고 마련된 공간을 보니 정상적인 공연을 하기에는 너무 좁을뿐더러 기본적 무대시설을 설치할 계획도 없었다”고 전했다.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의 공연 모습.
최영묵 대표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식이라, 발표회 정도만 열 수 있을 것이다. 상징성이 정말 큰 시설인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문화예술활동에 장애 예술인의 참여를 일정 비율로 의무화하는 ‘장애예술인 공공쿼터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다. 뮤지컬·연극·무용 등 모든 공연예술 부문에 장애인 예술단 공연을 의무적으로 2%씩 할당하는 정책을 마련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장은 “정부기관이 구입하는 공연 티켓의 2%를 장애인 공연에 배정하는 방법도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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