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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보리 덕에 저도 힐링…이 기분 말로 다 못해요"

입력 : 2014-09-01 07:52:59 수정 : 2014-09-01 07: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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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하고 황홀해요. 이 기분 뭐라 표현할 수 없고 말로 다 못해요. 보리를 만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엄청나게 힐링이 되고 있어요."

오연서(27)는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

환하게 웃으면서 하는 말이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벅찬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지 어느새 두 눈망울에 물기가 차오르는 게 툭 치면 콸콸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왜 아니겠나. 연기를 하면서 자신이 타이틀 롤을 맡은 드라마가 대박을 치는 경험은 결코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장안의 화제'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가 그렇고, 그 주인공 보리가 그렇다.

시청률이 35%(TNmS 수도권)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악녀가 등장하는 '막장'이지만 그 악녀를 온몸으로 막아서는 선하고 건강한 보리 덕에 전반적으로 밝은 기운을 뿜어낸다.

보리가 키워온 비단이가 사실은 연민정(이유리 분)의 딸임이 드러나는 최고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는 '왔다! 장보리'는 이제 종영까지 한 달 남았다. 엄청난 대사와 최근 가슴을 쥐어짜는 감정소모 탓에 인터뷰가 쉽지 않았던 오연서를 지난달 29일 저녁 경기 고양시 일산 MBC스튜디오에서 만났다.

10년의 무명생활 끝에 2012년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싸가지 없는' 방말숙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오연서는 이후 '우리 결혼했어요', '오자룡이 간다', '메디컬 탑팀'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하지만 방말숙으로 얻은 인기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왔다! 장보리'가 내리막길을 타던 그를 다시 단숨에 건져 올려 구름 위에 사뿐히 놓았다.

오연서는 "일이 안 풀리고 힘들 때 보리를 만나 모든 게 잘 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 드라마 인기를 실감하나.

▲ 얼마 전 명동에서 촬영을 했는데 겁이 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런 게 시청률 35%의 위엄이구나 싶었다. 촬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리고 적극적으로 반응을 해주셨다. 다들 다가오셔서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고 반갑게 말씀해주셨다. 솔직히 전작('메디컬 탑팀')을 할 때는 극 중 '숏컷'을 하고 나오는데도 (시청률이 낮아서인지) "왜 머리카락을 잘랐어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딜 가든 다들 "보리보리 왔냐"라며 반가워해 주신다.

또 사람들이 다음 회를 너무나 궁금해한다. 이 드라마 하면서 정말 문자를 많이 받았다. 다들 다음 회 내용을 물어보는 거다.(웃음) 시청자의 사랑과 관심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우리 드라마는 작가와 연출의 힘은 물론이고, 어른부터 아역인 비단이까지 캐스팅이 정말 완벽했던 것 같다. 연기자들끼리 주고받는 기운이 대단하다. 

-- 막장드라마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 속상하다. 실제 현실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연민정의 악행 때문에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인데 그 역시 사람 사는 일들 중 하나 아니겠나. 세상에는 착한 사람도 있고 못된 사람도 있다. 또 인생에는 단맛과 쓴맛이 다 있지 않나. 우리 드라마는 그 모든 게 잘 버무려진 가족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악녀 연민정에게도 아픔과 슬픔이 있을 것이다. 그게 다 사람 사는 얘기다.

-- 보리는 비현실적으로 착한 거 아닌가.

▲ 나도 연기하면서 '이렇게 착할 수 있을까' 싶은 대목이 많다. 보리는 천사이거나 좀 모자란 아이가 아닐까 싶다.(웃음) 실제의 나 같으면 벌써 연민정의 머리끄덩이를 잡았을 것이다. 하하. 하지만 보리는 항상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다. 벌써 모든 것을 까발릴 수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남들이 다칠까 봐 주저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지금 답답해하고 있지만 보리는 비단이가 다칠까 봐 비단이의 생모가 누구인지를 차마 못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런 보리를 연기하면서 나 자신도 좀 성숙해진 것 같고 힐링도 되는 느낌이다. 

-- 처녀가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것도 다분히 극적이다.

▲ 보리 자신이 버려져서 거지처럼 돌아다녔던 경험이 있다고 믿고 있으니 비단이를 내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 부분이 많이 걱정되긴 했다. 모성애는 내가 경험해보지도 않았고 확 와 닿지도 않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비단이 역의 지영이가 워낙 연기 신동이라 나한테 감정적으로 많이 줬고 덕분에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이 드라마 찍으면서 낳은 정과 기른 정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다. 예전에는 낳은 정이 더 우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기른 정이 더 큰 것 같다. 보리가 지금 비단이 때문에 죽고 사는 것은 그만큼 기른 정이 깊기 때문이다. 보리는 절대로 비단이를 생모인 연민정에게 못 보낸다.

-- 초반에는 코미디가 많았지만 후반 들어서는 눈물 연기가 이어졌다.

▲ 이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없다. 힘들었다. 눈물 연기를 잘 못하는데 요즘 정말 매회 운 것 같다. 웃는 신이 한 장면도 없는 회도 있었다. 대본 자체가 너무 슬퍼서 절로 감정이 잡혔다. 장흥 시절은 잠을 거의 못 잘 정도로 강행군이었지만 코믹한 부분이라 행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도 울어서 에너지가 방전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해서 좋은 장면도 건진 것 같아 기쁘다. 보리가 유전자 검사를 한 후 아빠(안내상)와 부둥켜안고 우는 신이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다. 촬영할 때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내가 봐도 울컥했다.

-- 후반으로 가면서 지칠 법도 한데 얼굴이 점점 더 예뻐진다는 평이 많았다.

▲ 극 중 보리 엄마로 나오는 황영희 선배님이 "너 요즘 눈이 진짜 맑아졌다. 선해졌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보리의 선하고 건강한 기운을 받아 내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얼굴에도 드러난 것 같다. 또 살도 많이 빠졌다. 극 초반 뽀글머리 천방지축 장흥 시절 연기를 하면서 분량이 너무 많아서 살이 정말 쭉쭉 빠졌고 대사 치는 게 힘이 들어 성대 결절까지 왔다. 우리 드라마가 말로 풀어가는 게 많아서 대사가 정말 많다. 촬영은 했는데 분량이 넘쳐서 편집돼버린 부분도 많다. 살이 빠지면서 선이 살아난 면도 있다. 무엇보다 시청자의 사랑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 전라도 사투리는 아킬레스건이었다.

▲ 힘들었다. 날마다 사투리 선생님께 배웠다. 그래도 턱도 없어서 죄송하지만 노력 중이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난 경남 창녕 출신이다. 15세까지 창녕서 자라다 상경했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가 다르긴 하지만 사투리 특유의 감성은 비슷하다. 투박하면서도 운율이 있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서울토박이가 전라도 사투리 흉내 내는 것보다는 좀 쉽게 전라도 사투리를 익힌 것 같다. 아,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김순옥 작가님께 속았다.(웃음) 처음에 내가 전라도 사투리 자신 없다고 했더니 걱정 말라고, 사투리는 10회 미만으로 나올 거라고 하셨다. 서울로 올라오면 사투리를 교정하게 될 거라고 하셨는데 웬걸, 지금도 보리는 사투리를 쓰고 다닌다. 하하.

오연서는 "대본보다 연기를 못 한 것 같아서 속상한 적도 많았고 항상 부족한 것 같았다. 다른 연기자들이 다 너무 훌륭해서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면서 "시청자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그 기운을 받아 끝까지 힘내서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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