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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중국의 항일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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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31 23:44:21 수정 : 2014-08-31 23: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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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침략사 왜곡에 中, 항일 내세워 결속
국내선 안타깝게 한국사 국정화 논란
냉혹한 현실·평화 사이 균형잡힌 역사교재 기대
중국 대륙에서 항일 선전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3일은 일본 군국주의와 8년간에 걸친 중일전쟁(1937∼1945) 승리를 기리는 중국인민항일전쟁승리기념일이다. 이어 18일은 만주사변(1931년) 발발 83주년이다. 10월1일 국경절 전날인 9월30일을 ‘국가열사기념일’로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 항일 무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 들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과거 침략사 왜곡이 기승을 부리자 일제 침략·항일 관련 국가기념·추모일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중국인민항일전쟁승리기념일을 올해 처음 국가기념일로 격상했고 12월13일을 난징(南京) 대학살희생자국가추모일로 정했다. 관영매체는 만주사변이 일어난 9월18일을 국가추모일로 지정하자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날까지 추모일로 지정될 경우 중국은 3대 기념관에 걸맞은 국가기념일을 갖추게 된다. 중국의 3대 항전기념관은 난징대학살 희생동포 기념관,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9·18 역사박물관이다.

TV도 항일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워질 예정이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10월 말까지 2개월간 애국, 반파시즘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편성을 지시하면서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 이외의 지역 방송국들이 분주하다. 후난(湖南)위성TV, 베이징TV, 저장(浙江)위성TV 등이 내놓을 항일전쟁 드라마 등이 오후 7시 이후 황금시간대를 차지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 편성은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관계가 없다. 이미 반일, 항일 드라마가 넘쳐나는 데다 중국 젊은층은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구성에 식상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보다 더 돈을 밝힌다는 사회주의 중국이지만 이념과 정치적 구호가 강한 요즘에는 항일을 내세워 국민과 국가 결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일제 침략의 최대 피해자인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중국은 일제의 침략으로 35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담함을 겪었다. 반면 일본군은 중국 침략전쟁에서 약 60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170만명 이상을 섬멸했다는 중국 측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항일전쟁은 중국에게는 ‘참담한 승리’일 뿐이다.

침략자 일본은 태평양전쟁(2차 세계대전)에 졌지만 패전일(8월15일)을 종전일이라 표현하며 전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1945년 9월2일 도쿄만에서 연합국과 항복문서를 조인한 명백한 사실이 있음에도 말이다. 아베 총리는 태평양전쟁 전범들을 ‘조국의 주춧돌’이라 찬양하는 후안무치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이 시절은 우리에게도 가슴 아픈 기억들로 다가온다. 일본이 연합국과 항복문서를 조인한 이후인 9월8일 한반도 남쪽에 미군이 진주했다. 다음 날인 9일 미군 사령관 존 하지 중장은 조선총독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와 항복 조인식을 했다. 소련군이 한반도 북쪽에 입성한 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고착된 분단, 6·25전쟁, 그리고 69년 전 역사를 되살려내는 중국, 이를 외면하는 일본과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

주변국 현실이 이런데도 국내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인 게 안타깝다. 시시비비를 떠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는 중국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길로 진군하는 일본의 사이에 끼인 우리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69년 전 일제 항복문서는 우리가 아니라 미군이 접수했다. 중국도 미국 덕을 봤지만 대일 전쟁을 치를 역량이 부족했던 약소국이었던 우리와는 달랐다. 작금의 중국 내 항일 물결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해 침략주의로 돌변할 소지가 다분하다.

군사전략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가리켜 ‘총으로 하는 외교’라 했다. 중국의 항일 분위기에서 전쟁을 대비해야만 평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관, 역사관이 달라지는 역사 교과서가 아닌 냉혹한 현실 정치와 인류 평화 이상 사이의 균형을 제시할 역사 교재 탄생을 기대한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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