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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통째로 거짓말 '한국판 화차'…끝내 구속

입력 : 2014-08-31 10:59:04 수정 : 2014-08-31 10: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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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까지 속이고 대학병원 의사 행세하며 사치 생활
불구속 기소되고도 사기 계속하다 구치소행
지난 2011년 자신이 한 대학병원 의사인 것처럼 속여 남편과 결혼한 A씨. 남편에게 소개한 친정 식구들과 지인 상당수는 A씨가 고용한 '가짜'들이었다.

A씨는 의사도 아니었고 재력가의 딸도 아니었지만 남 보란 듯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다.

30대 초반에 모아둔 재산이나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서도 고급 수입차를 사고 의사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한테 투자금 명목 등으로 받은 수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결혼 후 첫 번째 타깃은 시누이였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시누이에게 "곧 돌려주겠다"며 2천700만원을 받아 생활비로 썼다. 그러고서 다시 "채권 투자를 해주겠다"며 2억원을 받아 앞서 빌린 돈을 일부 갚고 나머지를 챙기는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A씨는 자신이 돈 많고 유능한 의사인 줄 아는 시누이로부터 총 33회에 걸쳐 5억2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시누이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후에는 주변 사람들을 한 명씩 타깃으로 삼으며 '돌려막기'를 계속했다. A씨네 집 가정부, 그가 다니던 학원 건물 경비원 등이 차례로 걸려들어 수천만원씩 내줬다.

그러던 중 A씨는 피해자가 속출하기 시작하자 어린 딸을 데리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남편은 그제야 자신이 그동안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한 일본 소설 '화차'의 여주인공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화차'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약혼녀의 행방을 쫓으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의 과거 행적을 알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검찰은 A씨가 잠적한 후에도 "병원에서 육아 휴직했고, 남편은 재벌가 직계가족인데 해외 출장을 떠났다"고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주변 사람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피해자들의 고소로 지난 3월 초와 5월 말 잇따라 불구속 기소됐다. 두 번째 기소까지 피해액이 6억6천여만원에 달했지만, 아이를 부양해야 하는 점 등이 참작돼 구속은 면했다.

그러나 A씨는 처음 기소된 후인 3월 말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또다시 채권 투자를 운운하며 2억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최근 끝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안범진 부장판사)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사건 합의금을 구하고 그동안 빚을 청산하는 한편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구속된 직후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3년 전부터 이어온 거짓말과 그 피해에 대한 첫 반성이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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