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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마당에 작은 구멍… 그 속에 무엇이 살까?

입력 : 2014-08-30 00:50:35 수정 : 2014-08-30 00: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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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왕국? 아니면 용의 굴?

아이들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레베카 콥 지음/엄혜숙 옮김/상상스쿨/1만2000원
무엇일까?/레베카 콥 지음/엄혜숙 옮김/상상스쿨/1만2000원


첫 장을 열면 환하다. 맑고 푸른 기운이 물씬 올라온다. 봄을 맞은 마당 벚나무에는 새싹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이는 개와 한창 공놀이에 빠진 중이다. 벚나무 아래에는 야구공 지름만 한 구멍이 검게 입을 벌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이가 던진 공이 이 구멍에 빠지고 만다. 아이는 공을 삼켜버린 구멍을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거기에는 무언가가 살고 있어요.”

공을 꺼내려 손을 뻗지만 여의치 않다. 여기서부터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주제는 ‘구멍 속에 무엇이 살고 있을까.’ 어른들이라면 개미, 지렁이, 두더지 같은 땅 속 동물을 떠올릴 것이다. 아니면 흙이나 돌 무더기가 끝도 없이 이어질 뿐이라 단정 짓고 생각하기를 멈출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의 세계는 다르다. 단순한 사물 하나도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의 나라로 가는 열쇠가 된다.

땅 속 존재에 대한 아이의 묘사는 각양각색이다. 아이의 호기심은 보잘것없는 검은 구멍을 무엇이든 가능한 작은 왕국으로 만든다. 엄마는 땅 속에서 생쥐들이 소꿉놀이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빠는 개구리가 북적댈 거라며 질색한다. 누나는 트롤(괴물)이 있을 거라며 음식을 가져다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구들 의견은 제각각이다. 선글라스를 쓴 여우, 산딸기를 먹는 다람쥐, 뱀 등을 떠올린다. 가장 친한 친구는 구멍이 용의 굴이라고 말한다.

이러는 사이 마당의 벚나무는 분홍꽃을 흩날리고 녹음을 드리웠다가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1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아이는 내내 구멍 속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 “무언가가 우리 집 마당에 살고 있어서 기쁘답니다”라고 말한다. 아이에게는 단순한 구멍 하나가 무한히 넓은 세계로 들어가는 안내판인 셈이다. 마지막 장에 이제껏 생각한 구멍 속 동물들이 마당에 모두 나와 노는 모습은 동심이 얼마나 풍부하고 평화로운지 한눈에 보여준다.

이 책은 영국 출판계에서 ‘떠오르는 별’로 평가받는 레베카 콥이 지었다. 콥은 영국의 대표적 아동문학상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에 3년 연속 후보로 올랐다. 그림체가 특히 매력적이다. 밝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져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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