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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100% 쓰는 인간 어디까지 진화할까 … ‘루시’

입력 : 2014-08-28 21:51:25 수정 : 2014-08-28 21: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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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대표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과 국민배우 최민식
액션거장 뤼크 베송이 만난 영화
인간은 보통 자기 뇌의 10%를 사용한다. 만일 인간이 뇌를 100%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인간이 뇌를 100% 사용할 수 있다면?’이란 가정에서 출발한 영화 ‘루시’는 새삼 인간의 뇌와 지성, 인류의 자존감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섹시하면서도 사랑스럽기까지 한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과 신을 연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 모건 프리먼, 그리고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이라는 환상의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루시’의 매력은 관람의 재미를 점층적 수법으로 상승시키는 데 있다. 인간의 평균 뇌 사용량이 24%에 이르면 신체에 대한 완벽한 통제가 가능해지고, 40%에 달하면 주변의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식이다. 62%를 사용할 경우 타인의 행동까지도 컨트롤하게 된다.

평범한 삶을 살던 루시는 어느 날 사귄 지 일주일 된 남자친구로부터 알 수 없는 가방 하나를 건네받으면서 일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가방 속 물건을 운반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지하세계의 악 ‘미스터 장’으로 인해 뱃속에 강제로 포장된 약물을 넣게 된 루시는 폭력배의 구타 때문에 약물이 터져 전신에 퍼지게 된다. 강력한 약물에 의해 루시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게 되고, 그녀는 이론에 불과했던 인간 두뇌의 한계를 뛰어넘게 된다.

“모든 게 느껴져요. 공간, 사람, 지구의 자전, 몸 안을 돌고 있는 혈액의 흐름, 한 살 무렵의 기억….”

반면 두려움, 고통, 욕망 등은 떨쳐낼 수 있게 된다. 루시의 뇌 사용량이 커져갈수록 그녀의 능력 또한 더욱 강력해진다.

실타래처럼 빼곡히 늘어선 회선들 사이에서 한 가닥을 추려 한국어로 들리는 통화내용을 잡아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뇌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에선 자짓 감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먹이를 노리는 치타나 영리한 돌고래의 모습 등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만한 장면들을 적절히 사용했다. 뤼크 베송 감독의 노련미와 오락적 기교가 묻어나는 순간이다.

‘인류는 존재보다 소유에 관심이 많다’, ‘영원이 안 죽거나 번식을 하는 방법, 생명체는 둘 중 하나를 택한다’ ‘인간은 1000억개의 신경세포 가운데 15%만을 사용한다’ 등의 대사들은 많은 생각을 낳게 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란 ‘매트릭스’ 시리즈의 홍보문구가 절로 떠오른다.

90% 단계에서는 공간이동에 이어 시간마저 잡아두고 조율할 수 있게 된다. 화면은 태초의 우주가 형성 되기 이전, 가스로만 가득 찬 공간을 보여준다. 인간의 뇌는 우주보다 깊고 넓으며 무한하다.

재미로 가볍게 관람하던 관객들은 어느샌가 온몸을 감싸오는 심오한 철학에 결국 자신을 내맡기게 된다.

그렇다면 뇌를 100%를 사용하는 단계에서는 어떠한 능력을 부여받을 수 있을까. 거장 뤼크 베송의 상상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의 매력이 유난히 커 보인다.

인간 한계를 넘어 두뇌 활용 100%에 이르게 되는 주인공 루시 역을 맡은 스칼릿 조핸슨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여자에서 거대한 능력을 갖게 되면서 감정을 잃고 냉철하게 변해가는 여전사의 모습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인다. 원톱 주연을 맡은 그녀는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할리우드를 이끌어 갈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전설 모건 프리먼은 뇌연구 학계 권위자 노먼 박사로 등장해 가설에 불가했던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게 된 루시를 돕는 조력자로서 영화의 설득력을 더한다. 할리우드에 처음 진출한 최민식은 극중 절대 악 미스터 장으로 출연해 결코 위축되지 않는 연기로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스칼릿 조핸슨은

8세 때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이선 호크와 함께 공연한 ‘소피스트리’로 데뷔했다. 14세 때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의 ‘호스 위스퍼러’에서 승마 사고로 트라우마를 겪는 10대 소녀를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고, ‘판타스틱 소녀 백서’로 토론토 영화평론가협회가 수여하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03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빌 머리의 상대역으로 나와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블록버스터 시리즈 ‘아이언맨 2’와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로 인기를 누리고, 최근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SF 로맨스 ‘그녀’에서 목소리 연기만으로 로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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