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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해의추식(解衣推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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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7 21:24:26 수정 : 2014-08-27 21: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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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대한 배려는 공동체를 따뜻하게 한다. 여·야 정치인, 대·중소기업, 종교와 종교, 지역·계층·세대 간 등 모두에 해당되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논어’에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묻는 대목이 있다. “평생토록 행할 만한 일을 한마디로 요약해서 들려주십시오(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기 스스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다. 주변에 대한 깊은 배려야말로 삶을 아름답게 한다. 나 자신은 물론 이웃을 위하는 배려의 정신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 새들이 굶지 않도록 과일나무에 열매 몇 개 남겨 놓는 ‘까치밥’의 풍습은 인간을 넘어 자연까지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함을 지닌 우리 겨레임을 알게 한다.

춘추전국시대 ‘묵자’는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나는 하겠다(摩頂放頂 利天下 吾爲之)”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배려를 넘어 이웃을 위하는 이타(利他)정신의 발현이다. 이러한 사상적 기저가 있었기에 한(漢)고조 유방(劉邦)은 한신(韓信) 같은 충신을 얻을 수 있었다. ‘사기(史記)’ 열전에는 다른 사람을 배려해 사심 없이 선심을 베푼다는 뜻의 ‘해의추식(解衣推食)’ 유래가 소개돼 있다.

한신은 본시 초나라 항우 밑에서 말단 군관을 지냈으나, 항우가 자신을 크게 써주지 않자 유방에게 귀순했다. 유방은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를 대장으로 삼았다. 한신이 연전연승하자 항우는 사람을 보내 한신에게 스스로 왕이 되라고 권했다. 한신은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 왕은 나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 입게 해주고(解衣), 자기의 먹을 것까지도 주었다(推食). 내가 어떻게 그런 분을 배신하고 스스로 왕이 될 수 있겠소?” 우리 모두 서로를 배려함으로써 희망을 주는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하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解衣推食 : ‘자신의 옷과 먹을 것을 준다는 내용으로 배려의 마음’을 뜻함.

解 풀 해, 衣 옷 의, 推 밀 추, 食 밥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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