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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린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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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4 19:44:10 수정 : 2014-08-25 01: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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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포에 끝없는 난민 행렬… 2차 세계대전 후 최악 유엔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레벨 3’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라크는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의 폭력으로 희생자와 피란민이 급증, 유엔과 관련 기관이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이로써 현재 ‘레벨 3’이 선포된 국가는 시리아와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해 4개국으로 늘어났다. 레벨 3은 최고등급의 비상사태로 구호물자 등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국제 빈민구호단체 옥스팜 미국지부의 노아 고트샬크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인간이 만들어낸 위기가 이렇게 동시다발적이고 광범위한 규모로 진행되는 경우는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 비영리기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 6월 162개국을 대상으로 ‘세계평화지수’(GPI)를 매긴 결과 “어떠한 종류의 갈등에도 개입되지 않은 나라는 스위스, 코스타리카 등 11개국뿐”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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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간…기다림의 시간

국제사회는 올해 이미 불명예스러운 이정표를 하나 더 남긴 바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 6월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세계동향보고서에서 2013년 말 기준 전 세계 난민 수가 전년도보다 600만명 늘어난 5120만명이라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최근 분쟁지역의 공격은 민가와 의료·구호시설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민간인 희생자와 난민 수가 급증하는 이유다. 난민 수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시리아 내전이다. 역시 IS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곳으로, 2011년 3월 이래 올해 4월까지 사망자가 19만1000명, 피란민이 680만명에 달한다.

분쟁을 피해 달아났다고 해서 ‘약속의 땅’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무라트(28)는 2012년 8월 정부군의 통폭탄(드럼통 속에 폭발물질과 볼트·너트·쇠구슬과 화학무기인 염소가스 등을 넣어 만든 폭탄) 공격이 가해진 뒤 가족과 함께 다마스쿠스를 탈출했다. 폭격에서 간신히 살아남더라도 정부군 아니면 반군에 끌려갈 운명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웃나라 레바논의 트리폴리를 거쳐 터키 메르신 항구를 통해 이스탄불에 들어갔다. 그러나 18개월간 구직활동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공식 난민 지위도, 여권도, 노동허가증도 없는 그가 가족을 남겨둔 채 유럽으로 긴 여정에 나선 이유다.

무라트는 고무보트를 타고 에게해를 건넌 이후 7개월 동안 산을 넘고 발칸 경찰을 피해 들판에 숨어 가며 오스트리아를 향해 나아갔다. 그는 현재 빈에서 40㎞ 떨어진 곳에서 동료 난민 4명과 함께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휴대전화로 세살 난 딸의 사진을 보며 거주허가가 발급되기만을 마냥 기다릴 뿐이다.

레벨 3 국가는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의 난민은 이란·요르단·레바논·터키·케냐·에티오피아 등 인접국을 행선지로 택하지만, 이들 국가의 난민수용소도 포화상태를 넘어선 지 오래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유럽을 향한다. 죽음을 무릅쓴 채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간 중동·아프리카 난민 가운데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지난 20년간 2만명에 달한다. 아프리카 난민들은 스페인 국경을 통해 유럽 진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밀입국을 막으려고 친 높이 6m의 울타리를 넘거나 난민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차량 범퍼에 빈 공간을 만들어 숨는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유럽 진출 러시가 이어지자 UNHCR는 “인도주의적 참사가 우려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치적 해법밖에 없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이 같은 동시다발적 분쟁 앞에서 한계를 토로한다. 일례로 ‘자선군단’(Mercy Corps)이 3년간 모은 시리아 내전 구호기금 액수는 지난해 필리핀이 태풍 하이옌 피해를 입었을 당시 단 사흘간 모금한 액수보다도 적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사람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위기, 정치적 분쟁에 기부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 같은 미증유의 위기가 주는 부담감과 스태프 역량·모금 부족으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정치적 해법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문제 개입에 소극적인 ‘신고립주의’를 고수했던 미국이 노선의 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여서 주목된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21일 “시리아 공습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며 적극적 개입을 시사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의 발호는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실패”라고 날을 세웠다. 오바마 측근인사인 제임스 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최근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게도 지금의 혼란을 제한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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