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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힘만 쎈줄 알았더니, 연비에 재미까지…폴크스바겐 골프GTI

입력 : 2014-08-22 21:51:51 수정 : 2014-08-22 21: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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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하면 역시 골프다. 골프하면 역시 GTI다. 그리고 오늘 시승은 골프 GTI다. 폴크스바겐의 역사에서 의미가 남다를 차, 골프 GTI를 직접 만나봤다.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독일 아우토반에서 포르쉐에 꿀리지 않고 1차선을 달린 차가 바로 골프 GTI다. 폴크스바겐이라는 이름처럼 독일의 국민차 회사에서 이렇게 잘 달리는 고성능 차를 내놓은 것은 혁신이자 진보였다. GTI의 시작이 1976년이니 곧 햇수로 40년을 맞는다.

지금 시승하는 이 차는 40년 남짓한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차다. 7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한 고성능 모델이다. 폴크스바겐은 고성능 모델도 가솔린과 디젤로 내놨는데 알파벳 ‘GTI’는 가솔린을 ‘GTD’는 디젤 모델을 뜻한다.

2013년 국내에 첫 등장한 7세대 골프는 여러모로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차의 기본인 플랫폼은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함께 사용하는 가로배치엔진용 플랫폼 ‘MQB’가 최초로 적용됐다. 이미 아우디의 일부 차종에서 먼저 사용했지만 폴크스바겐의 기본이 되는 차 골프에도 어김없이 적용했다.

그리고 약 1년 뒤. 폴크스바겐은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고성능차 라인업을 추가했다. 게다가 그 짧은 기간에 몇 가지 향상된 기능을 더했다. 독일 사람들이 차만 잘 만드는줄 알았더니 장사도 잘하는 모양이다.

7세대 골프 GTI는 4가지 주행모드를 갖췄다. 노멀, 스포츠, 에코, 개별의 주행모드는 이름처럼 각각의 특성이 있다. 그런데 기름은 좀 먹지만 잘 달리는차 골프 GTI에서 시선을 끄는 주행모드가 있다. 바로 ‘에코’다.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차에 에코 모드라니 무엇인가 어색하지만 절묘하게도 꼭 필요했던 기능이다. 잘 달리는 차를 사는 것도 적지 않은 용기를 내야하는게 현실인데 항상 기름을 쭉쭉 마셔버린다면 얼마 못가 미워질 터. 자동차의 생명 연장을 위해, 그리고 주인의 지갑을 위해 에코 모드를 넣었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연비가 좋아져 ‘항상 달리는 차’가 아니라 ‘여차하면 확 달리는 차’로 바뀌었다.

차에 관심없는 누군가가 겉모습을 본다면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군데가 일반 골프와 다르다. 딱 그렇게, 티나는 듯 안 나는 듯 변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 ‘아는 사람만 알아다오’라며 겸손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겉모습에서 가장 큰 특징은 벌집모양 그릴이다. 벌집모양 육각형은 고성능 골프의 전유물이다. 얇아진 보닛 아래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하단의 그릴이 벌집모양이다. 헤드라이트와 폴크스바겐 엠블럼을 지나는 붉은 라인도 고성능을 나타낸다.

앞바퀴 위에는 ‘GTI’ 엠블럼이 붙었다. 그리고 스티어링휠에도 ‘GTI’가 붙었다. 보기만 해도 강한 힘이 느껴진다. 옆모습을 살펴보면 박스카 형태에서 마치 쿠페처럼 승객석이 뒤로 옮겨졌다. 뒷좌석 문 뒤에서 마치 ‘<’ 모양으로 꺾은 C필러는 같은 그룹의 고성능 차 아우디 R8을 보는 듯하다.

엔진룸을 열면 2.0리터의 TSI 가솔린 엔진이 가득 찼다. 이미 선보인 아우디의 일부 차종과 동일한 엔진사양이다. 터보차저를 이용한 고성능차라 엔진룸에 빈 공간은 없다. 1984cc의 엔진은 최고출력 211마력이다. 최대토크도 35.7kg.m으로 6세대에 비해 50kg이나 가벼워진 차를 쥐고 흔들긴 충분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진 6.8초에 주파한다. 폴크스바겐의 대표작,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장착됐다.

고성능 차를 내놓으며 독일차 폴크스바겐이 끼를 부렸다. 재미를 위한 장치를 추가했다. 실내에 들어와보니 계기반에 랩타임을 재는 시계를 넣어놨다. 포르쉐에서는 수백만원의 옵션을 추가해야 스톱워치를 붙이는데 골프 GTI에는 그냥 붙어있다.

에코모드로 주행을 시작했다. 지난번 6세대 GTI를 시승했을 때는 기름이 너무나 빨리 사라져 고장을 의심했다. 조금 밟기도 했지만 눈에 보이게 기름통 바늘이 내려가는 건 아찔했다. 발에 힘주면 강력한 힘을 뿜어낼까봐 조심조심 가속페달을 밟았다. 시내에서 자동차 흐름과 맞췄다. 달리는 데는 그다지 큰 특징을 못 느낀다.

항상 폴크스바겐을 탈 때마다 느끼는 장점인데 운전자세가 무척 편하다. 양발은 가속페달과 풋레스트에 동일한 깊이로 쭉 뻗는다. 양손은 10시10분으로 스티어링휠을 잡았고 옆구리는 버킷타입 시트가 꼭 잡아준다. 운전 자세에서 일단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 상태라면 좀 더 달려도 되겠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실제로 엔진소리가 바뀌는지는 모르겠지만 배기음이 달라졌다. 아마도 엔진회전수가 달라졌기 때문인 듯. 강하게 밟으니 4기통 엔진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소리가 나온다. 실제 달리기 성능이야 어쨌건 소리에서 감성 주행 성능이 느껴진다.

잠시 실내로 눈을 돌리니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있다. GTI의 성능을 보고 구입했을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의도다. 시트와 변속기레버, 스티어링휠까지 모든 실은 붉은색이다. 검정 시트와 내장에 붉은색 실은 매력적이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붉은색은 잘 달리는 느낌을 준다.

서울시내와 간선도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 차는 복합기준 공인연비 11.5km/l다. 도심에선 10.0km/l, 고속도로에선 조금 더 좋은 13.9km/l다. CO2 배출량은 153g/km다. 트립컴퓨터에 나오는 기록으로는 주유 이후 355km를 달렸고 시간은 10시간15분이 걸렸다. 평균속도는 35km/h다. 가장 관심을 끄는 연비는 10.4km/l가 나왔다. 고속보다 도심 주행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고 이 차가 골프 GTI인 것을 고려하면 좋은 연비다.

폴크스바겐이 7세대 골프를 내놓으면서부터 특이한 안전옵션을 추가했다. 전자제어로 브레이크를 컨트롤하는 기능이다. 여러 가지 옵션이 이 기능에서 파생한다. 먼저, 고성능 차에 어울리지 않게 들어있는 전자식 파킹브레이크는 비상시 긴급브레이크와 같은 기능을 한다. 보통 ‘달리다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기면 차가 돈다’는게 상식이지만 이차는 달리다가 주차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것과 같이 작동한다.

전자제어 방식으로 브레이크를 컨트롤하니 새로운 기능도 더했다. 폴크스바겐이 ‘XDS+’라고 부르는 옵션이다. 6세대 골프에도 적용했지만 개선하면서 ‘+’를 붙였다. 쉽게 말하면 더 잘 달리기 위해 4바퀴 중 어느 한곳에 브레이크를 거는 기능이다. 코너를 더 빨리 탈출하기 위해 안쪽 바퀴를 살짝 잡아준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옵션을 ‘LSD’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폴크스바겐은 좀 더 나아가 새롭게 해석했다.

트렁크를 통해 실내로 들어갈 수 있는 차를 일컫는 해치백모델, 폴크스바겐의 골프가 국내에서 인기를 끈 지도 오래됐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앞바퀴 굴림 방식의 이 차를 스포티한 주행성능에 매료돼 구입하기도 한다. 또, 유명세를 치를 정도로 잘 팔리는 디젤 모델은 뛰어난 연비가 장점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5월 부산모터쇼를 통해 이 차를 출시했다. 그리고 두 달간 77대와 44대를 판매했다. 회사에서는 “원래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같은 기간 디젤 엔진의 골프 TDI는 387대와 384대가 판매됐다. 그래도 골프에 GTI가 빠진다면 앙꼬 빠진 찐빵일 것. 골프 GTI의 양산과 판매는 폴크스바겐이 고성능 차에 대한 기술력을 가졌다는 의미이며 모든 골프가 잘 달릴 잠재능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가격은 4350만원.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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