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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재난의 시대 ‘프레퍼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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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3 06:00:00 수정 : 2014-08-24 10: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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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아니다” 참사 ‘셀프대비’
부실한 사회 안전망 불안 키워··· 지나친 걱정은 일상생활 위축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임모(53·여)씨는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장성 요양병원 화재 등 잇따른 대형사고를 보면서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게 됐다. 이제껏 사건이나 사고를 남의 일로만 여겼지만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내게도 닥쳐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든 임씨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늘 좌불안석이다. 그러던 중 주변의 권유로 한 포털 사이트의 ‘프레퍼족(族)’ 카페에 가입했다.

‘프레퍼(Prepper)족’이란 ‘세상을 멸망시킬 재난이나 사고가 곧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 위기를 대비해 생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종말론과 함께 1929년 경제 대공황을 전후로 등장했다. 1960년 미국과 소련의 냉전 격화로 핵전쟁의 위협이 고조되자 급격히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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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매번 다른 영화관에 가면서도 관람객들이 대피로를 한 번 확인한 걸로 만족한다는 지적을 카페에서 보고, 영화관이나 찜질방 등에 갈 때마다 대피로를 확인해 물건이 쌓여 있으면 치우라고 얘기한다”며 “‘아무리 작은 위험이라도 크게 느끼고 사전에 예방하라’는 프레퍼족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종말론을 믿는 일부 종교인들에 의해 전파되다가 2010년 전후로 인도네시아 쓰나미, 중국 쓰촨(四川) 대지진,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포털사이트 카페가 생겨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최근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프레퍼족의 카페 ‘생존 21’은 가입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지진 재난 재앙 대공황 전쟁 사고로부터의 생존’을 표방하며 만들어진 카페에는 소방관과 경찰관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가입했다. 이들은 사고 예방과 위기 시 생존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생존의 달인’으로 알려진 김종도씨가 충남 공주에서 열린 ‘생존캠프’에서 대전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불을 만드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레퍼족의 증가가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신과 시민들의 재난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고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일상 생활을 위축시킬 수 있어 ‘프레퍼’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크다.

재난 전문가인 조원철 연세대 방재관리안전센터장은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은 좋지만 기우(杞憂)가 지나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가의 재난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혼자서 생존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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