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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영화 ‘명량’ 돌풍의 사회적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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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2 21:22:04 수정 : 2014-08-22 21: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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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낮추고 책임지는 리더십 감동
지도자 자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영화 ‘명량’의 누적 관객 수가 19일 1500만명을 돌파했다. 1500만명은 우리나라 총인구 5022만명의 29.9%에 해당한다. ‘명량’은 7월 30일 개봉 이후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 평일 스코어, 일일 스코어, 최단기간 1000만명 돌파, 최다 관객 동원 등 연일 신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인의 3명 중 1명꼴로 이 영화를 관람했지만 ‘명량’은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 예매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명량’이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어느 정도까지 연장하느냐가 세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
‘명량’은 종2품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1597년 정유재란 때 12척의 전함으로 133척(총 참여 함선은 333척)의 왜군 함대를 격퇴한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다.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에 위치한 명량(鳴梁)해협은 ‘물길이 암초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소리가 매우 커 바다가 우는 것 같다’는 의미로 울돌목이라고도 한다. 이 영화의 소재인 명량대첩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익히 다 아는 내용이지만 수많은 시민이 줄을 지어 영화관을 찾고 있다.

이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배우들의 열연, 실감 나는 해상 전투 장면은 물론 음악, 대사 등 ‘미장센’이 잘 조화를 이뤄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제작상 완성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15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원동력이라 할 수는 없다. 할리우드의 기술 수준과 비교하면 미흡한 장면이 여러 곳 있는 게 사실이다.

정답은 영화의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있다. 임진왜란 당시 제 한 목숨 보전하기 위해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란을 간 무능한 임금 선조는 이순신 장군이 전공(戰功)을 세워 백성의 인기를 끄는 것을 시기해 단 한 번도 공로를 치하한 적이 없으며 심지어 죽이려 했다. 이 사실을 아는 이순신 장군은 “무릇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백성들 역시 피란 행렬이 줄을 잇고, 병사 중에서도 두려움에 못 이겨 군영을 이탈하는 자가 속출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은 백성의 의미를 ‘땅의 신’과 ‘곡식의 신’, 즉 사직(社稷)으로 해석한다. 사직은 요즘 말로 나라와 국민을 가리킨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일자’ 형태로 배를 배치해 바다의 좁은 길목을 막아 왜군의 공격에 맞서는 일자진(一字陣) 전술을 채택했다. 휘하 장수와 병사들이 두려움을 못 이겨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이순신 장군이 탄 대장선 한 척만 고군분투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한 처지에서도 이순신 장군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고 사즉생(死卽生)의 헌신적 자세로 전투에 임했다. 이순신 장군의 솔선수범은 조선 백성과 병사들의 ‘두려움’을 문제에 맞서서 싸울 수 있는 용기로 바꾼다. 이순신 장군은 “지금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병사들의 두려움이 문제다.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 큰 용기로 증폭돼 나타날 것이다”라고 진단하며 그 계기를 자신의 헌신(獻身)을 통해 만들어 냈다.

용기백배한 백성들은 위기에 처한 이순신 장군을 구한다. 아녀자들은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조선군에게 위험을 알리고, 장정들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대장선을 구출해 낸다. 지도자의 헌신 덕분에 조선 백성과 병사들은 역사의 주역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이 영화에서 그려진 이순신 장군은 담대하고 명확하며 장렬하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낮추고 스스로 책임질 줄 알며 전공을 하늘과 백성에게 돌리는 큰 그릇을 가진 인물이다.

한국인들이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감동해 열광하는 것은 2014년 한국 사회를 강타한 연이은 안전사고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답답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 ‘명량’은 지도자의 기본 자질이 무엇인지를 숙고하게 한다. 정치·경제·사회 등 각 영역의 지도자는 모름지기 ‘공익과 책임을 앞세운 민주적 리더십’, 사회 집단과 계층 간 분열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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