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간’과 ‘시민’서 소외된 여성들… 정치사상 관점서 보다

입력 : 2014-08-22 20:27:22 수정 : 2014-08-22 20:27: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박의경 지음/책세상/1만8000원
여성의 정치사상/박의경 지음/책세상/1만8000원


중세 초기 유럽의 각종 종교회의에서는 ‘여성이 인간인가’라는 질문이 대두됐다.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숨어버린 이 질문은 19세기 민주주의 제도가 자리 잡기 시작할때 다시 ‘여성도 시민인가’라는 물음으로 등장한다.

영국의 권리청원과 권리장전, 프랑스의 인권선언, 미국의 독립선언서 등 근대 시민혁명의 문서들은 하나같이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강조했지만, 여성은 ‘모든 인간’에서 배제됐다. 프랑스혁명에서도 초기에는 여성을 인간에 포함해 세력화를 부추겼으나, 혁명이 일단 궤도에 올라서자 여성에게 가정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했다. 1793년 국민공회는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수 있다면, 의정 단상에도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 올랭프 드 구주를 처형하고, 여성이 밤에 다니는 것마저 금지했다.

신간 ‘여성의 정치사상’은 이같이 ‘인간’과 ‘시민’에서 소외됐던 여성을 정치사상사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저자인 박의경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몽의 시대인 18세기를 출발점으로 삼아 여성 정치사상의 300년 역사를 읽으며, 여성 권리에 대한 주장의 연원과 흐름을 고찰한다. 근대 정치사상 역시 남성중심적이고 비중립적이었다고 비판하는 저자가 주목한 인물은 18세기 여권운동가이자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와 남녀평등을 주장하고 실천한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이다.

계몽사상가였지만 여성에 대해서는 모순적 잣대를 적용한 장자크 루소에 맞서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시민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은 인류 사회의 결정적 손실이며, 여성이 시민으로 바로 설 수 있다면 사회 발전의 진정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근대의 핵심 개념인 자유가 중립적이지 않다고 인식한 밀은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지 않으며, 남녀평등이 남성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울스턴크래프트과 밀이 근대 여성 정치사상의 토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하는 저자는 “자유와 평등에서 배제되는 이가 없어야 보편성을 담보하게 되며, 그래야만 정치사상도 모든 이의 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