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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지:거리의 반란' 시민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경고

입력 : 2014-08-22 00:08:46 수정 : 2014-08-22 00: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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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코리아 제공
올해 수많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세월호 사건. 여객선이 침몰한 것도 충격이었지만 이후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능과 해이함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런데 국가가 소수 특권층의 쾌락을 위해 그리고 서민들을 위해 쓰여질 복지 예산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범죄와 살인을 방관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영화 '더 퍼지:거리의 반란(감독 제임스 드모나코)'은 국가가 범죄를 눈감아 주는 퍼지 데이에 관련된 이야기다. 미국 정부는 '퍼지 데이'를 통해 국민들이 활력을 되찾아 실업률과 범죄가 줄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영화는 매년 하루 12시간 동안 살인을 허용하는 '퍼지 데이'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퍼지 데이'를 반대하는 카멜로가 이끄는 정체불명의 세력은 '퍼지 데이'가 '새로운 미국의 창설자'로 불리는 일부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고 맹비난한다.

전편 '퍼지'가 '퍼지 데이'로 인해 많은 돈을 번 부유한 가정을 중심으로 다뤘다면 속편인 '더 퍼지:거리의 반란'은 완벽한 보안 장비를 구비하기 어려운 일반 서민들에게 눈을 돌렸다.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 복수를 위해, 단순히 재미를 위해 거리로 나온다.
UPI코리아 제공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레오(프랭크 그릴로 분)는 복수를 위해 중무장을 하고 거리에 나왔다. 그는 빅 대디(잭 콘리 분) 일당에게 죽음의 위기에 몰린 에바(카르멘 에고조 분), 칼리(조이 소울 분) 모녀를 구해낸다. 거리에서 차가 고장난 셰인(자크 길포드 분), 리즈(키엘 산체스 분) 부부 또한 살아남기 위해 레오에게 의지하게 된다.

레오는 아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에바-칼리 모녀, 셰인-리즈 부부는 살아남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이들은 '퍼지 데이'가 미국의 범죄율을 줄이는 제도가 아닌 부유층의 안락한 삶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의 숫자를 줄이려 할 뿐인 제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부가 소수 특권층의 삶을 보호하고, 서민의 삶과 연결된 복지예산을 줄이기 위해 살인을 방조한다는 설정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런 서민들은 서로를 죽이며 살인의 쾌락을 맛본다. 살인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서민들은 정부의 농간에 놀아날 뿐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형성한다. '퍼지 데이'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간부터 '퍼지 데이'가 시작되기까지 초조함과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퍼지'가 시작되면 도시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한다.

거리에 나서지 못한 서민들은 살인 장면은 TV로 시청하며 '퍼지 데이'를 축제처럼 즐긴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가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데도 그 마약과도 같은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레오를 비롯한 일행들은 상위 1%들이 즐기는 퍼지 경매 현장에 넘겨져 '퍼지'의 추악한 실체를 경험하게 된다. 부유층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퍼지 데이'를 즐기고 있던 것이다. 마치 17~18세기 유럽 귀족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행했던 야수 사냥처럼 살인을 게임처럼 즐기는 것과 같다.
UPI코리아 제공

사실 에바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자신과 손녀를 부양하느라 고생하는 것을 보며 스스로 귀족들의 피살 대상이 됐다. 그의 죽음은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연금을 지급해야할 대상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또한 어느 부유한 가정의 즐거운 체스용 말이 된 것이다.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지만 부유층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우아하게 살인을 즐긴다. 살인이라는 끔찍한 행위를 저지르면서도 그들의 표정은 여유로움과 온화함이 묻어난다. 그것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섬뜩하게 만든다.

사실 누구나 살면서 누군가에게 원한을 갖고, 저주하고, 죽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은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정부는 그런 행위를 방조한다. 그 이유가 특권 계층의 삶을 위해서다. 서민의 삶을 망가뜨려 특권 계층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내용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UPI코리아 제공
영화 속에서 미국 정부는 '퍼지 데이'를 적극 홍보하며 참여를 독려한다. 과연 그것이 서민의 삶에 새로운 활력소를 주려는 것일까? 사람을 죽여 얻는 쾌락은 마약보다 더 사악한 것이다. 

나라가 백성을 버리거나 지켜주지 못한 사건은 역사 속에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가 인간을 상하게 하는 사례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더 퍼지:거리의 반란'은 선량한 사람을 보호해야할 국가 또는 사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여창용 기자 ent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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