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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28〉 오색 바다 펼쳐진 보카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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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1 22:02:24 수정 : 2014-12-22 17: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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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카리브해 바다 … 외국인은 럭셔리하게, 현지인은 소박하게 즐겨
산토도밍고에서 몇 주를 보내고 나서 이제야 슬슬 떠날 준비를 해 본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지도를 펼쳐보며 어디까지 가고, 어떻게 갈 것인가를 생각한다. 도미니카공화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봤던 ‘라스 아메리카스 공항’이 생각났다. 처음 만났던 그 바다를 가보기로 하고 알아보니,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이며, 이름은 ‘보카치카(Bocachica)’다. 이름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차편을 알아보던 중 알게 된 사실은 생각보다 버스노선이 잘 되어 있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두아르테(Duarte)’라는 지역이 있는데, 그곳에 전국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집결돼 있었다.
보카치카행 구아구아(미니버스)는 종류도 다양했다. 가격도 약간씩 차이가 났고, 외관도 확연히 달랐다. 에어컨이 달린 고급 버스는 창문이 꼭꼭 닫혀 있었다. 반면에 내가 항상 타던 차와 별반 다르지 않는 버스는 창문도 다 열려 있고,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었다. 이동 거리가 짧고, 좋은 버스가 어색해서 싼 버스를 탔다. 얼마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버스에 타니 마냥 신나기만 했다.

보카치카에서는 우리가 꿈꿨던 카리브해의 하늘과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고급 버스들은 다 출발하는데, 내가 탄 버스는 손님을 모두 다 채우기 전까지는 출발하지 않았다. 더위 속에서 힘들게 버티며 기다린 끝에 출발의 순간이 다가왔다. 차가 달리자 바람이 들어와 숨통이 트인다. 손님을 가득 실은 버스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 들렀고, 또 그곳에서 한참 동안 정차했다. 내린 손님의 빈자리를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고급 버스들은 쌩쌩 달려 지나가는데, 내가 탄 버스는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 이런 곳에는 항상 물과 과일, 과자 등을 파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어떻게 물은 시원한 상태로만 판매하는지 놀랍기만 했다.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며 기다리는 지루함을 잊어버리기 위해 애를 썼다. 

가는 도로가 해안에 접해 있어 바다를 보며 천천히 달리는 게 나쁘진 않았다. 공항을 지나면 다음 도시가 바로 ‘보카치카’다. 자동차로 간다면 40분이면 충분히 간다는데, 이 버스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도착은 했으니 다행이다. 이 버스는 보카치카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산토도밍고로 향했다. 어딘지 모를 곳에 내리면 일단은 숙소를 찾아야 한다. 숙소만 해결되면 그곳 여행이 순조롭게 시작된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몇 군데에 들르며 적당한 곳을 찾아다녔다.

허름한 리조트 뒤편에 자리한 아주 저렴한 숙소를 찾아냈다. 식당도 같이 운영하고, 바다가 가까우니 안성맞춤이다. 방에는 에어컨도 있고, 욕실도 나쁘진 않았다. 도미니카공화국을 여행할 때는 꼭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변기 중간 커버가 없다. 물론 고급 리조트에는 있겠지만, 일반적인 숙소에는 없어서 꼭 얘기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주인은 그 커버를 어디선가 구해다 준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일단 바다로 나가본다. 펼쳐지는 바다는 다섯 가지 천연색으로 물들어 있다. 내가 비행기에서 봤던 게 바로 이 바다였고, 우리가 상상한 카리브해가 바로 이 바다였다.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일하는 친구는 친절하게도 리조트의 직원들에게 나를 소개해 줬다. 리조트에서 일하는 친구는 리조트에서 마련해 놓은 테이블과 비치 베드 사용을 허락했다. 

보카치카 바닷가에는 다양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많다. 특히 그림을 파는 사람이 흥미로웠다.
바다에서 더위를 식히고는 바로 허기에 못 이겨 돌아왔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일반적인 식사는 ‘플라토 델 디아(Plato del dia)’로 불리는데, ‘오늘의 접시’라는 뜻으로 한 접시에 나오는 한 끼 식사다. 밥과 고기 종류의 메인을 선택하면 샐러드가 곁들여 나오는데, 한 끼 식사로 훌륭하다. 밥 종류도 선택할 수가 있다. 흰쌀밥과 볶음밥 중에 선택하고, 고기는 식당마다 다르다. 대부분이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중에서 하나를 준비해준다. ‘기사도(Guisado)’라는 찜요리 형태로 나온다.

흰밥에는 ‘아비추엘라(Habichuela)’라고 하는 콩 수프가 꼭 곁들여 나온다. 아비추엘라는 콩죽처럼 생겼는데, 수프처럼 단품으로 먹진 않고 항상 흰밥에 뿌려서 먹는다. 짜지만 않다면 음식은 다 맛있다. 샐러드에도 소금을 빼고 달라고 하면 놀란 표정으로 쳐다본다. 미리 해놓은 음식은 어쩔 수 없지만, 새로 만드는 음식에는 꼭 소금을 빼고 달라고 해야 한다.

저녁에는 선선해져서 동네를 돌아다녀볼 용기가 생겼다. 보카치카는 작은 바닷가 마을로 조용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놀러 오는 바닷가와 외국인이 머무는 바닷가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 내가 있던 곳은 그 경계선쯤 되는데, 현지인 바닷가와 좀 더 가깝다. 대가족이 놀러와서 노는 그 바닷가에는 리조트도, 레스토랑도 없다. 모래사장이 훨씬 넓게 보인다. 외국인들이 있는 곳은 리조트나 레스토랑이 바닷가 모래사장에 위치해 있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먹을거리를 집에서 싸온다. 돗자리를 펴고 한가득 펼쳐놓은 음식들이 레스토랑보다 더 푸짐해 보인다.

그렇다면 보카치카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보카치카는 주 도로 끝에서부터 끝까지 걸어서 30분이면 도달할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큰 건물 하나 없이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사람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리조트 근처에는 레스토랑도 있지만, 보카치카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의 식당은 전혀 다르다. 포장마차처럼 생긴 식당과 음식을 파는 가판대가 많다. 닭은 바로 튀겨주는데, 신선하고 맛있다. 닭 몇 조각을 사와 맥주와 함께하니, 하루가 마무리된다. 

해변 백사장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
다음날 찾아간 바다는 아직도 반짝거리고 있었다. 낮은 바다라서 수영하며 즐기기에 좋다. 아이들도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바닷가다. 바다에 있으면 해산물, 과일, 액세서리, 그림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모두 목에 노란 카드를 걸고 다니는데, 장사 허가증 같은 것이란다. 새우를 데쳐서 쟁반에 예쁘게 쌓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시식도 하게 해준다. 마사지를 즉석에서 해주는 여자들도 많다. 젊은 여자들은 나이든 외국노인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제일 신기한 것은 큰 그림을 들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이다. 좀처럼 팔릴 것 같지 않은 큰 캔버스 그림도 들고 다닌다. 보카치카는 이렇게 앉아만 있어도 재미있는 곳이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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