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획전 ‘교감’(交感)의 전시장 풍경이다. 리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상설 전시실과 기획 전시실을 아우르며 소장품을 선보이는 전관(全館) 전시다.
국보 조선 달항아리와 깨진 도자파편을 붙여 작업하는 이수경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시간을 뛰어넘어 어우러지고 있다. |
‘근원으로의 회귀’라는 모티브도 한 공간을 차지했다. 1970년대 한국의 단색화와 1960년대 미국의 미니멀리즘 회화가 같은 공간에 놓인 것이다. 평면, 색, 선, 기하학적 형태를 회화와 조각의 근원적 요소로 인식하고 표현적 요소를 절제했다는 점에선 닮았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이 작가의 흔적이 거의 없는 사물의 단계에 접근한다면, 단색화는 작업을 통해 몰아지경의 초월적 경지에 이르고자 했다.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부터 도널드 저드, 로니 혼의 작품이 한국의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작가의 작품과 조우를 하고 있다.
자코메티의 조각과 고려불화의 낯선 만남. 붓다의 고행상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려 보게 된다. |
국보급 미술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리움 개관 이래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국보 217호)와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국보 139호)를 동시에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 미술을 세계 미술사의 맥락에서 보고자 하는 의도는 좋았지만 너무 피상적이란 평가다. 고미술 등 소장품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빈약한 상태에서 아전인수 격이 아니냐는 얘기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해석일수록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 두루뭉술한 것이 상상력이란 이름 아래 용서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획자들은 두서 없는 나열식 전시라는 뼈아픈 지적을 달게 되새겼으면 한다. 12월21일까지. 일반 1만원, 청소년 6000원. (02)2014-6901.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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