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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공 초월한 교감

입력 : 2014-08-19 21:37:39 수정 : 2014-08-19 21: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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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국보 제309호 달항아리와 깨진 도자기 파편을 붙여 작업하는 이수경의 작품이 나란히 배치됐다. 이수경은 함경도 회령요에서 만들어진 도자 파편을 모아 흑유 달항아리를 만들었다. 남북 분단으로 잊혀졌던 회룡요에 대한 오마주다. 불상과 불화가 가득한 고미술품 전시실엔 고행으로 뼈만 앙상한 붓다를 연상시키는 자코메티의 조각과 마크 로스코의 명상적인 추상화가 함께 놓였다. 인간 세계의 번민으로부터 벗어나 초월적 정신 세계에 이르고자 하는 불교미술과의 찰떡 궁합이다. 고려청자 뒤에는 고려청자의 비색을 담은 바이런 킴의 유화가 걸렸다. 시대를 뛰어 넘는 교감을 이룬다.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획전 ‘교감’(交感)의 전시장 풍경이다. 리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상설 전시실과 기획 전시실을 아우르며 소장품을 선보이는 전관(全館) 전시다. 

국보 조선 달항아리와 깨진 도자파편을 붙여 작업하는 이수경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시간을 뛰어넘어 어우러지고 있다.
인간 내면의 표현이 두드러진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기도 한다. 1945년을 전후로 나타난 서양과 한국의 추상 표현주의와 엥포르멜 작가들은 전쟁 이후의 불안감과 고뇌를 화폭에 쏟아부었다. 박서보, 윤명로, 정창섭, 최만린 등 1950년대 후반 전후 복구 과정에서 추상화 경향을 보인 작가들의 작품과 미국 망명 화가인 아쉴 고르키 등의 초현실주의적 추상이 교감을 나눈다.

‘근원으로의 회귀’라는 모티브도 한 공간을 차지했다. 1970년대 한국의 단색화와 1960년대 미국의 미니멀리즘 회화가 같은 공간에 놓인 것이다. 평면, 색, 선, 기하학적 형태를 회화와 조각의 근원적 요소로 인식하고 표현적 요소를 절제했다는 점에선 닮았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이 작가의 흔적이 거의 없는 사물의 단계에 접근한다면, 단색화는 작업을 통해 몰아지경의 초월적 경지에 이르고자 했다.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부터 도널드 저드, 로니 혼의 작품이 한국의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작가의 작품과 조우를 하고 있다. 

자코메티의 조각과 고려불화의 낯선 만남. 붓다의 고행상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려 보게 된다.
1960년대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팝아트가 등장한 이후 동시대 미술은 다양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은 대중문화로 그 범위가 확장됐고, 지역이나 장르라는 경계도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요셉 보이스, 수보드 굽타, 데미안 허스트, 신디셔먼, 장샤오강, 이후환, 이불 등의 작품이 ‘확장과 혼성, 경계를 넘어서’라는 주제 아래 뭉쳤다.

국보급 미술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리움 개관 이래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국보 217호)와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국보 139호)를 동시에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 미술을 세계 미술사의 맥락에서 보고자 하는 의도는 좋았지만 너무 피상적이란 평가다. 고미술 등 소장품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빈약한 상태에서 아전인수 격이 아니냐는 얘기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해석일수록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 두루뭉술한 것이 상상력이란 이름 아래 용서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획자들은 두서 없는 나열식 전시라는 뼈아픈 지적을 달게 되새겼으면 한다. 12월21일까지. 일반 1만원, 청소년 6000원. (02)2014-6901.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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