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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이렇게 좋은데 왜 안팔릴까?” 볼보 XC70 D4

입력 : 2014-08-18 22:02:52 수정 : 2014-08-19 09: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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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상품성을 갖췄으면서도 브랜드를 제대로 알리지 못해 아쉬웠던 그 차. 볼보가 큰 결심을 했나보다. 이 차를 처음 본 순간 든 생각이다.

“이 차는 뭐야?”라는 질문에 “볼보 XC70”이라고 말했더니 상대방이 당황한다. 사실 차를 처음 봤을 때도 당황했다. ‘세단인 듯 세단 아닌 세단 같은 차~’를 보고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고 묻는 얼굴이었다.

수입차 많기로 전국 제일인 서울에서도 마주치기 정말 힘든 이 차는 볼보의 전통적인 왜건 XC70이다. 최신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D4 모델이다. 풀어쓰자면 신형 4기통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했고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뤘다. 전통적으로 볼보는 이 차에 사륜구동을 적용했지만 이번에는 앞바퀴굴림방식이다. 대신 공인연비가 복합기준 14.5km/l로 무척이나 뛰어나다.

주변에서 이 차를 볼 수 없던 이유는 안타깝기 이를 데 없는 판매량에 있다. 6월2일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고효율의 신형 4기통 엔진을 내놓으며 무려 8종류의 차를 한꺼번에 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XC70 D4다. 그러나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7월까지 총 19대가 판매됐다.

이 차를 공식 출시하기 전인 5월에 6대를 팔았다. 아마도 전시차와 시승차로 추정된다. 정식 출시한 6월에도 또 6대를 판매했다. 그리고 7월에는 조금 더(?) 잘 팔아 7대를 판매했다. 8월에 얼마나 판매했는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에 고작 스무 대 남짓 돌아다니는 차를 보기란 실로 어려운 일. “이 차는 뭐야?”라고 묻던 상대방의 얼굴이 이해되는 상황이다. 물론 겉모습은 똑같은 사륜구동 모델 XC70 D5가 훨씬 많이 팔린다지만 그래봐야 올들어 141대다.

왜 이렇게 안 팔렸을까. 혹은 못팔았을까? 특히, 연비좋은 앞바퀴굴림 모델이 왜 인기가 없을까. 의문은 가격을 보는 순간 조금 풀린다. 이 차의 값은 5780만원. XC70의 원조겪인 사륜구동 모델보다 겨우 300만원 싸다. 그래서 사람들은 갈등한다. 300만원 더하면 사륜구동도 된다는데?

포지션은 왜건. 브랜드는 볼보다. 유럽산 디젤 세단이 인기를 끄는 최근 국내 수입차 판매 분위기와 비교하면 무엇인가 어긋났다. 디젤이고 유럽브랜드지만 2%가 부족하다. 높은 연비도 갖췄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아쉽다. 같은 값이면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디젤 세단을 넘볼 수 있다. “옆집은 차를 XX로 바꿨데”라고 소문이라도 듣거나 주차장에서 “저 차는 뭔가?”라며 궁금증이라도 일어나야 매장을 찾아가고 견적이라도 받아볼텐데 볼보의 XC70은 아직 그런 기회가 없었다.

볼보의 XC70 D4와 주말을 보냈다. 때마침 광복절 연휴까지 끼어있어 여기저기 갈 곳이 많다. 기름은 가득 채웠고 차는 세차를 마쳐 깨끗하다. 첫 행선지는 마트다.

박스채로 판다는 외국계 대형 마트를 들러 장을 보니 이것저것 담을게 많다. 피자도 한판 추가했더니 트렁크 바닥이 어수선하다. 볼보의 실용성은 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트렁크의 어수선한 짐을 정리하라며 트렁크 바닥 절반이 접혀 올라간다. ‘앞으로 정렬’한 물건들은 차가 달려도 흔들리지 않는다. 혹시나 뒷좌석 머리 공간으로 물건이 넘어올까 우려했는지 볼보는 철창 같은 격벽도 만들어뒀다. 왜건을 오랫동안 만들어야 나오는 세심한 배려다.

두 번째 행선지는 강원도 휴양지. 새벽부터 두 시간을 꼬박 달려갔다. 연휴에 차가 막힐 것을 걱정하느라 새벽 4시부터 설쳤더니 도로에 차가 없다. 고속도로를 뒤로하고 경춘 국도를 달렸다. 시속 80km/h남짓으로 1시간쯤 국도를 달리니 화면에 나타나는 연비는 15km/l를 넘나든다.

제한속도가 자주 바뀌는 국도에서는 계기반의 독특한 기능이 요긴했다. 볼보는 룸미러 앞에 커다란 박스를 달고 있다. 그 안에는 레이저를 비롯한 센서가 담겼다. 볼보만의 각종 기술이다. 앞차와 거리를 측정해 추돌이 우려되면 불빛과 소리로 경고한다. 또, 도로 표지판에 제한속도 따위를 읽어서 계기반 속도계 옆에 표시한다. 지금 달리는 이 도로가 제한속도 몇 킬로인지 항시 알려준다. 국내에서도 유용하거니와 유럽의 아우토반과 같은 도로에서는 수백유로의 벌금을 아껴준다.

앞모습은 세단 같지만 뒷모습은 SUV에 가까운 독특한 포지션답게 승차감도 독특하다. 저속에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바퀴가 출렁하고 떨어질 정도로 물렁하다. 대신 80km/h를 넘기고 120km/h를 넘기면 차는 단단해진다. 말랑했던 저속의 승차감은 고속에서 잔 진동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고속 승차감은 매우 뛰어나다.

기존 D5 모델보다 배기량과 출력이 떨어지는 181마력, 40.8kg.m의 파워라서 다소 아쉬울 듯 했지만 실제 주행은 만족스럽다. 변속기가 8단까지 촘촘하게 힘을 나눠쓰기 때문이다. 또, 달리기 성능이 필요할 때는 변속기를 ‘S’모드로 바꾸면 엔진 회전을 더욱 많이 사용하면서 힘찬 주행을 한다. 스티어링휠에 팁트로닉 변속레버까지 붙어있어 주행성능은 불만이 없다.

실내를 살펴보면 시트는 2가지 가죽을 함께 사용했다. 엉덩이와 마찰이 많은 중앙부분과 여름철 반바지를 입거나 치마를 입을 경우 피부와 직접 닿는 시트 가장자리 부분은 촉감이 다르다. 피부와 닿는 곳은 좀 더 부드럽다. 스티어링휠은 더욱 세련됐다. 보통 스티어링휠에는 360도 중에 2곳~3곳에 이어붙인 자국이 있지만 볼보 XC70 D4는 6시 방향 한곳에만 아주 부드러운 이음새가 있다. 볼보 스스로는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소비자에게 부각시키지 못했던 장점들이 며칠간 시승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 “볼보는 오래 타봐야 매력을 안다”는 어느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자기가 볼보를 타기 때문에 으레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뒷좌석은 볼보 특유의 ‘부스트 시트’가 있다. 뒷좌석 엉덩이 부분 절반을 접어 올려 아이들이 탑승하도록 만든 기능이다. 안전벨트의 각도와 승차자세까지 고려한 어린이용 특별좌석이다. 다만 부스트 시트가 있으면 성인이 탔을 때 시트 아래쪽에서 작은 이질감이 느껴진다.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며 비비적거려야지만 느낄 수 있다. 보통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에어컨 송풍구는 좌우 문짝 쪽에 붙었다. 5인 보다는 4인을 배려한 구조다.

아쉬운점도 있다. 석 달간 고작 19대를 판매한 것처럼 볼보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 BMW나 벤츠가 이른바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한국형 옵션을 내놓고 있지만 판매량이 적은 볼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유럽에서 판매하는 그 모양이 그대로 들어왔다.

우리나라처럼 고속주행보다 차선 변경이 잦은 곳에서는 사이드미러의 높이보다 가로 길이가 더 중요하다. 옆으로 긴 거울이 옆차선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산 SUV와 비교하면 볼보의 사이드 미러는 무척 시야가 좁다. 대신 볼보 특유의 센서 BLIS로 후측방 차를 인식하고 경고를 보낸다. 거울 크기를 키우면 쉬울 것을 첨단 기술로 해결했다. BLIS는 터널에서 오작동을 일으켰다. 터널안 1차선을 달리고 있는데 운전석쪽 BLIS 센서가 계속 깜빡인다.

오디오 성능 역시 흠잡을 곳 없지만 문제는 내비게이션이다. 수입차에서 사후 장착하는 ‘지니’ 맵을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이다. 그런데 볼륨 조절이 말썽이다. 소리를 가장 작게 해놔도 과속방지턱, 어린이보호구역, 과속단속구간을 쩌렁쩌렁한 소리로 알려준다. 오디오의 맑은 소리가 줄어들며 경고음이 크게 나오니 귀에 거슬린다. 국내에 들여오며 장착한 물건이니 해결책도 쉽게 나올 듯하다.

나흘간의 시승 후 기록한 연비는 13.5km/l. 복합기준 공인연비에는 못 미쳤지만 준수한 수치다. 최근 100km 구간의 연비를 살펴보니 15km/l를 넘나들었고 어떤 구간은 20km/l를 넘겼다. 10개 구간 가운데 3개 구간에서만 15km/l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뜨거운 날씨에 저속주행과 정차를 이어갔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정차시 시동을 자동으로 껐다 켜는 ‘스타트 앤 스톱’ 장치가 달려있지만 외부 온도가 너무 덥거나 추울 때는 작동하지 않는다. 아마도 시승기간 중 무더위가 연비 하락의 원인으로 추측된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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