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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융성’시대, 장애인 예술을 말하다] 문화예술 홀대하는 특수학교 교과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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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8 19:21:30 수정 : 2014-09-02 01: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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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 중심인 특수학교… 예술 재능학생은 사교육 의존
“보통 하루 6시간 안마 이론·실습 수업을 진행하는데, 우리 애는 이 시간에 혼자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해요.” 서울의 한 맹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학부모 A씨의 말이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인 A씨의 딸은 올해 음악 전공으로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정작 소속 학교의 교육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외면한 채 직업교육 중심으로 짜인 교과과정 때문이다.


장애학생 교육 현장에서 문화예술이 홀대받고 있다. 재능 있는 장애예술인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은 특수교육이 맡아야 할 역할이다. 그러나 관련 시설과 예산이 미비하고 문화예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부족해 장애학생들이 충분한 문화예술교육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교육도 치료나 인성개발의 일환인 경우가 많아 재능 있는 장애학생을 전문 예술인으로 양성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시설·예산 부족… 교사 전문성 문제

“각각 하나씩 악기가 돌아갈 수 있는 형편은 안 되고, 학생들이 종종 악기를 부수기도 해서 악기를 구입해야 하지만 워낙 고가인 데다 관련 예산도 적어 어렵습니다.”

서울 한 정신지체 특수학교 소속 교사가 털어놓은 말이다. 이 학교는 음악실은 있지만 미술실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장애학생들이 자유로운 미술 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 교사는 “미술수업 중 모래놀이가 있는데, 이걸 딱 20분 하기 위해 혼자서 2시간을 정리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이 학교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른 특수학교는 음악실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립특수교육원에 따르면 전국 특수학교 중 미술실을 갖춘 학교는 44.8%, 음악실을 갖춘 학교는 63.5%에 불과하다. 음악수업은 악기 연주나 합창에 따른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실이 필요하다. 미술수업 역시 장애학생들이 자유롭게 신체활동을 하면서 감각적 활동과 재료 활용을 하려면 별도의 안전한 공간 확보가 요구된다. 예술교과 담당 교사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다. 담당 교사 중 관련 전공을 하지 않고 특수교사 자격증만 가진 교사가 미술교과 55.8%, 음악교과 48.6%에 이르렀다. 더욱이 이 가운데 기간제 교사가 미술 40.3%, 음악 37.7%로 각각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책임 있는 예술교육을 운영해 나가기 어려운 조건이다.

◆예술인 양성 교육 無… “장애인예술학교도 대안”

일반적인 특수학교의 정규 교과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전문 예술인 양성보다는 아직까지 치료나 인성 개발 차원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3년 교육부는 ‘제4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엔 이전까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장애학생 문화예술교육 관련 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그 계획은 11개 중점과제 중 3개 과제에 뿔뿔이 흩어져 단편적으로 실려 있을뿐더러 구체적이지도 못하다. 또 문화예술교육을 교과과정이 아니라 방과후학교나 동아리 활동 형태로 진작한다는 내용은 학교가 여건에 맞춰 임의로 프로그램을 짤 가능성이 커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서울 한 특수학교에서 발달장애를 앓는 학생들이 클라리넷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수학교가 문화예술교육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전문성을 제고해 재능 있는 장애예술인을 발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러다 보니 예술인을 꿈꾸는 장애학생들은 특수학교에서 고개를 돌려 애초부터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장애인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 은모(30)씨도 “(특수학교 재학 당시) 학교 수업에서 음악 전문 공부가 전혀 없었다. 동네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교육도 만능은 아니다. 경제적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사설학원이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교육에 어려움을 겪기 십상이다.

이런 특수교육 현실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장애인 예술 활성화를 위해선 전문 예술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장애인예술학교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특수학교에서 높은 수준의 예술교육을 운영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판단과 장애학생이 일반 예술중고등학교에 입학해 경쟁하는 건 아직까지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지난해 ‘장애학생 문화예술교육 실태 및 지원 방안 연구’를 수행한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각 50%씩 운영비를 지원받는 스웨덴의 지적장애인 전문 예술교육기관 리니아 예술학교를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모두 전문 예술가가 강의를 하고, 졸업생 중 일부는 스톡홀롬예술재단에 지원할 기회도 주어진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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