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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혁신 이것만은] 스트레스 줄이자…모병제 주장도

입력 : 2014-08-13 13:41:51 수정 : 2014-08-13 13: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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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자유 지나치게 박탈…빡빡한 근무에 병영시설도 열악
인권보호 대책 절실…모병제에는 10조원 이상 예산 소요
"독일군도 2011년 7월까지 징병제를 유지했는데 입대하는 장병에게 '당신들은 지금까지 누려온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모두 누릴 수 있다. 단, 입대 기간 거주이전의 자유와 노동조합 결성권은 제한을 받는다'고 공지했습니다."

육군의 한 예비역 장성은 13일 "우리 병사들은 많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전부대에 근무하는 상당수 병사는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서 밤 10시에 잠들기 전까지 개인 시간을 갖기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 일과 준비를 하고 훈련 등 힘든 일과가 끝나면 빨래 등 개인정비와 생활관 청소 등을 한다. 취침 전 부대 간부가 생활관에서 실시하는 '일석점호(日夕點呼)'까지 하루 생활은 빡빡하게 돌아간다. 모든 것이 단체생활이다.

일과가 끝나더라도 부대 밖에서 기분 전환을 하고 돌아오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대부분 육군 병사들은 3개월에 한 차례 허용되는 주말 외출·외박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 부대 밖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입대 전 하루 3시간씩 이용하던 스마트폰도 부대 보안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못한다. 물론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들은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남북 간의 대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군 당국이 병사들의 자유를 지나치게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원은 "병사 간 폭행 및 가혹행위 등이 발생하는 주된 요인은 복무 간 스트레스"라며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 중의 하나는 개인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병사도 사람이다. 간섭 없이 쉴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복무가 힘든데 생활시설마저 열악하면 병사들의 스트레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방 GOP(일반전초)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의 생활은 잠을 자거나 근무를 서거나 둘 중의 하나다. 주간 근무와 전반 야(夜), 후반 야(夜) 3교대로 근무가 매일 돌아가기 때문에 항상 잠이 부족하다.

GOP 생활관을 새로 건립한 곳은 그나마 시설이 깨끗하지만 낡은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GOP도 많다. 후방지역 부대 중에도 국방개혁에 따른 부대 통폐합 때문에 낡은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는 곳이 많다.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고가 발생한 28사단 예하 포병부대 역시 통폐합을 앞두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시설이 열악한 곳이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개혁 지연으로 부대 통폐합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낡은 시설을 오래 이용해야 하는 부대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세대 병사들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 통제된 생활을 하다 보니 부대 내에선 구타와 가혹행위 등 일탈행위가 빈번히 발생한다.

육군이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4월 11일부터 18일까지 시행한 특별 부대진단 결과 3천919건의 병영 악·폐습이 적발됐다. 구타와 가혹행위, 언어폭력, 사적 심부름, 암기 강요, 불합리한 지시 등이었다.

국방부가 지난 8일 전 부대 특별인권교육을 위해 준비한 교육자료에도 각종 폭행과 가혹행위, 욕설, 성추행 등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가 소개됐다.

선임병 혹은 간부로부터 인권침해 사례를 겪더라도 어디 하소연하기도 쉽지 않다. 소원수리 등의 신고제도가 운용되나 신고자의 신원이 알려져 부대 내에서 '왕따'를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22사단 총기사건과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으로 불거진 병영 내 부조리 해결책으로는 ▲ 병사 개인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부대시설 개선 ▲ 스마트폰 및 외출 허용 등 병사 자율권 확대 ▲ 병사 인권보호를 위한 '군사옴부즈맨'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병사와 초급간부 등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전문가 위주의 탁상공론에 머물 것이 아니라 병사와 초급간부를 모아놓고 단위 부대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병영 내 악·폐습의 상당 부분이 징병제에 따른 비자발적 입영 때문에 발생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병 복무기간이 21개월로 짧아지면서 전투력 유지에 각 부대가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감안하면 모병제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예산 제약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40만명 수준인 병사를 직업군인으로 대체하면 하사 초임이 2천5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매년 10조원 이상의 국방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현재 병사 월급으로 책정된 예산은 연간 7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예산상의 문제는 물론 남북 분단 현실을 감안할 때 모병제 도입 검토는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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