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태현칼럼] 동아시아 안보와 ARF

관련이슈 김태현 칼럼

입력 : 2014-08-10 22:10:12 수정 : 2014-08-10 22:15: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제협력 통해 안보갈등 완화 한계
‘동북아 평화협력’ ARF 의미 커
1914년 7월 말, 그러니까 거의 정확히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그냥 대전이라고만 불렸던 이 유럽의 전쟁은 미국과 일본의 참전을 불러오면서 ‘세계’대전이 됐다. 전쟁이 종료된 지 20년 만에 두 번째 대전이 일어남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이라고 불렸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국제정치학
역사가들은 그 전쟁을 ‘착각 속의 전쟁’이라고 부른다. 누구도 전쟁의 발발을 예상하지 못했다. 누구도 그처럼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누구도 그처럼 파괴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전후처리가 20년 후에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차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근대 유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고, 그 절정은 나폴레옹 전쟁이었다. 1815년 그 전쟁이 끝난 이래 세계는 근 100년 동안 평화를 누렸다. 그 평화 속에서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심화됐다. 산업혁명이 확산되고 또 가속화됐다. 나아가 자유무역이 보편화되면서 인류는 유례없는 번영을 누렸다. 그런 세상에서 그 모든 것을 파괴할지 모를 대전은 전혀 상상 밖의 일이었다.

전쟁은 민족주의의 열기로 4년간 지속되고 100년의 성취를 철저히 파괴하고서야 끝났다. 아니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설픈 전후처리는 극단적 민족주의의 광기를 낳아 더욱 크고 더욱 오래고 더욱 파괴적인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45년간의 냉전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는 오늘날의 세계는 어떠한가. 유럽에 국한됐던 민주화, 산업화는 세계적 현상이 됐다.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으로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됐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본산이었던 유럽은 경제공동체, 안보공동체를 이뤄냈다. 시장이 통합되고 화폐도 단일화됐다. 국가 간 갈등을 전쟁으로 해결하는 전래의 방식도 시대착오적이 됐다.

그에 비해 아시아는 경제적으로는 빠르게 상장하고 통합되는 반면, 안보적으로는 갈등이 커지는 현상을 보여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적 현실과 안보적 현실 사이의 이 같은 괴리를 ‘아시아 패러독스’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것을 해소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외교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성장과 통합의 경제적 현실과 갈등과 경쟁의 안보적 현실 사이의 괴리는 이미 100년 전 유럽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그것을 굳이 아시아적 현상이라고만 볼 필요는 없다. 하나의 역사적 경험으로 보고 그로부터 교훈을 찾는 게 현명하다.

우선 경제협력의 심화를 통해 안보 갈등을 완화,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도의 경제적 상호의존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초래됐던 100년 전 유럽의 경험이 바로 그 ‘패러독스’인 것이다. 또 안보불안이 존재한다면 경제협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이란 사적 경제주체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것이고,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주체는 위험에 지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안보갈등을 빚는 당사자들 사이의 대화가 중요하다. 안보적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만의 협력은 국제질서의 진영화와 진영 사이의 안보 딜레마를 부추겨 새로운 안보갈등을 낳을 가능성만 키워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즉 ARF는 의미가 크다. 범지역적 안보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협의체이기 때문이다. 다자안보협의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한 나라의 안보사안이 다른 모든 나라의 안보 관심사가 되는, 즉 지역안보의 일체성과 상호의존성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한다. 둘째, 그 속에서 여러 국가 사이의 다양한 사안이 연계되고, 그를 통해 절충이 가능해진다.

지역 차원의 안보전략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추동력을 얻으려면 보다 큰 시야와 유연한 정책 입장이 필요하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국제정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