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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아이비리그, "바보 엘리트 공장" vs "사회 인정 스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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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0 20:14:17 수정 : 2014-08-10 23: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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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 대학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들을 망쳐놓았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예일대 영어 교수였던 윌리엄 데레시비츠가 최근 ‘뉴리퍼브릭’이라는 시사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은 미국 사회에서 아이비리그 대학 교육의 찬반 논쟁을 촉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을 통해 “절대 자녀를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내지 말라”고 즉각 동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당신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아이비리그 대학 교육을 적극 옹호했다.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 교육의 효용성 문제를 집중 진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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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 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아이비리그 대학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대학(유펜), 컬럼비아, 브라운, 코넬, 다트머스 등 미국 동부 지역에 있는 8대 명문 사립대를 지칭한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명문 대학의 상징이다. 그러나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하고 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예일대에서 영어과 교수를 지낸 데레시비츠는 아이비리그 대학 교육의 문제점과 이 대학 출신 학생의 부정적 특성을 적나라하게 진단했다.

그는 “우리의 엘리트 교육 시스템은 똑똑하고 재능 있고 노력하는 인재를 양산하고 있으나, 그들은 불안하고 소심하며 지적 호기심이나 목적 의식 없이 방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들이 특권의식의 거품이라는 덫에 걸려 수동적으로 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현재 하는 일을 잘할지 모르지만 왜 그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데레시비츠는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정서적 안정감이 지난 25년 사이에 최저로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공포, 불안, 의기소침, 공허, 목표 상실, 고립감 등에 시달리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언제나 ‘성공’에 길들여져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경향을 보인다. 명문대는 과목마다 공부를 많이 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면이 있다고 한다. 대학 입장에서 학생은 ‘고객’이고, 학생과 교수 간에 보이지 않는 불가침 협정이 체결돼 있어 서로 도전하기보다는 영합하는 수가 많다는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의 기고가인 알렉산드라 페트리(하버드대 졸업생)는 아이비리그 대학과 졸업생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획일성을 꼽았다. 페트리는 “아이비리그 대학은 순응주의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이들은 상상력이 부족해 오로지 외부 사회의 인정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사회가 속물 엘리트주의자를 더 이상 공급하지 않으려면 현재의 시스템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트리는 아이비리그 대학이 ‘바보 엘리트 공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앞다퉈 이런 대학에 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 교수도 온라인 잡지 살롱에 기고한 글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은 기가 막힌 자원 낭비”라고 비판했다. 라이히 교수는 “지난 2010년 기준으로 프린스턴대 졸업생 중에서 금융계와 컨설팅 분야 진출자가 60%에 달한다”면서 “아이비리그 졸업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금융인, 기업 변호사, 로비스트, 경영 컨설턴트 등이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는 사회적 자원 낭비”라고 주장했다.

◆그래도 아이비리그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

포브스는 컬럼비아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루치카 툴시안의 기고문을 통해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이 누리는 특전을 상세히 전했다.

특히 여성, 소수인종, 중산층이나 그 이하 계층 출신이라면 아이비리그 졸업장이 사회에 나갔을 때 ‘인정 스탬프’로 통한다고 이 전문지가 지적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흑인 출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옥시덴털 칼리지에 다니다가 컬럼비아대로 편입했고, 하버드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다.

남성이나 백인이 다수인 집단에서 여성이나 소수인종이 아이비리그 졸업장을 들이밀면 문이 활짝 열리게 마련이라고 그가 강조했다. 애브리 톰슨은 여성으로 캐나다 인디언이지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이라는 학력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스타벅스의 임원에 올랐다.

톰슨은 “ 하버드대 졸업장이 성별, 인종, 국적의 차별을 타파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초의 히스패닉 여성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예일대 법과대학원 졸업장 덕을 봤다고 툴시안이 주장했다.

아이비리그 대학은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여성이나 소수 인종이 남성이나 백인에 비해 미국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많다.

그렇지만 아이비리그 졸업생은 사회의 각 분야에 진출해 있는 동문의 도움으로 이 같은 장애물을 건너뛸 수 있다고 툴시안이 강조했다.

하버드대의 패트릭 스캘런 교수는 “아이비리그 교육의 혜택을 누린 데레시비츠 박사의 주장은 억만장자가 노숙인에게 돈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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