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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伏’··· 개를 바라보는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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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02 06:00:00 수정 : 2014-08-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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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어떡해.”

1일 오전 경기 성남 모란시장. 한 여성이 길 한쪽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폭염 속에서 철창 안에 갇힌 개들이 뒤엉켜 짖어댔다. 또 다른 중년 여성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개를 살폈다. ‘무슨 일로 왔느냐’는 물음에 그는 “말복(7일)을 앞두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조금 있다가 찾으러 오겠다”며 자리를 뜨자 주인은 한 마리를 꺼내 건물 뒤로 사라졌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애견거리.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쇼윈도 앞에 멈춰 서서 앙증맞고 예쁜 강아지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한껏 치장한 애완견은 점원의 팔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 가게 점원은 “진짜 명품 강아지”라며 개의 품종을 자랑했다.

한국사회에서 개만큼 이중적인 대접을 받는 동물도 없다. 종류에 따라 애완용이나 식용으로 나뉘면서 대우가 천양지차다.

애견사업은 이미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약 2조원이다. 2020년에는 6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물은 단연 개다. 국내 가정에서 키우는 개는 440만마리로 추정된다. 호화 애견 전용 호텔이나 미용실, 장례식장이 등장하고 애견 전용 TV나 수영장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애견 전용 보험상품도 출시됐다.

그러나 모두 호사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등록제가 시행됐지만 등록률은 지지부진하다. 병들거나 시끄럽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개는 한 해 10만마리에 달한다. 한편으로는 매년 200만마리가 ‘식용’으로 도살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개고기 식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보신탕 문화에 갇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법률 사각지대이다 보니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개고기가 유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고기를 합법화해 위생적으로 유통하자고 주장한다. 정부로서는 ‘뜨거운 감자’이다.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애견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는 개고기 문제는 물론 동물학대나 유기견 문제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서구인들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잣대로 ‘견공’ 문제를 공론의 장에 끌어 올릴 때가 온 것이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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