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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은’이 아닌 ‘핫펠트’...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의 이야기

입력 : 2014-07-31 20:00:00 수정 : 2014-07-31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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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펠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솔직히 예은이 처음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솔로 데뷔를 발표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새로운 마케팅수단’ 혹은 ‘이미지 메이킹’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다른 이름으로 솔로데뷔를 한다고 해도 ‘원더걸스의 예은’이라는 이름은 변함이 없으며, 이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녀를 평생 따라다닐 꼬리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핫펠트의 첫 미니앨범 ‘Me?’의 음악이 공개되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과연 핫펠트와 예은이 동일인물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원더걸스의 예은’과 ‘핫펠트’ 중 어떤 것을 그녀의 진짜 모습으로 받아들일지는 대중들의 몫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 예은은 ‘원더걸스의 예은’이 아닌 ‘핫펠트 예은’으로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Me?’라는 앨범 타이틀 역시 의미심장하다. 그냥 ‘나’가 아니라 물음표가 더해지면서 앨범을 듣는 청중에게(혹은 스스로에게) 그 답을 구하고 있다.

이에 예은은 “앨범의 느낌은 나를 소개하는 앨범이다. 그래서 타이틀이 그렇다”라면서도 “나라는 사람은 내가 느끼기에도 복잡할 때가 있다. AB형이고 쌍둥이 자리인데, 이성적이며 감성적이기도 하고 소심하면서도 대범하다”라고 스스로에 대해 언뜻 난해한 정의를 내렸다.

이런 면에서 ‘핫펠트’의 음악은 이해하고 분석하기보다 느끼고 받아들이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예은 역시 “이번 앨범은 일단은 나한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중요했다. 어떤 것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에서 많이 떠올랐던 감정을 담아냈다”라고 설명해 이를 뒷받침했다.

이어 예은은 “이 앨범을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그게 세상에 나오니까 자식을 낳은 듯한 느낌이다”라며 “예쁘다 귀엽다 못생겼다 등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는데, 내 자식들이 세상에 나온 것으로 내 눈에는 예쁘다”라고 덧붙여 일단 스스로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앨범임을 밝혔다.

사실 핫펠트의 ‘Me?’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과연 동일인물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예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했지만 정상을 경험한 걸그룹의 멤버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기는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아니나 다를까 예은은 “앨범이 거의 전쟁 같았다. 굉장히 많은 전쟁을 겪었다”라고 털어놓았다.
핫펠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첫 번째 전쟁은 타이틀곡 선정부터 발생했다. 예은은 “이번 앨범의 네 번째 트랙 ‘Bond’가 섹시한 분위기의 곡이다. 그렇다보니 (박진영PD)가 이걸 타이틀곡으로 하면 너만의 차원이 다른 섹시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꼬셨다”라고 타이틀곡 선정에 박진영의 ‘회유’가 있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예은의 대답은 “NO”였다. 그녀는 “섹시는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섹시 콘셉트를 들고 나가면 다른 진심을 담은 곡들이 외면 받을 것 같았다”라며 “‘Bond’는 가볍게 쓴 곡이지만 다른 곡들은 울면서 쓴 곡이다. 섹시를 내세우면 다른 곡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할 것 같았다”라고 이번 앨범을 통해 반드시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었음을 알렸다.

이어 예은은 “그래서 끝까지 싸웠다. 그러니까 거기서 (박진영PD가)한 발짝 양보를 해줬다”라며 “그러면서 다른 트랙에는 좀 더 대중성 있는 곡들을 넣으라고 했는데, 내 곡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적은 11장 분량의 편지를 써서 드렸다. 그 정도 분량의 편지를 쓴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니까 네 마음을 알겠다며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라고 반항이라면 반항이라고 할 수 있었던 타이틀곡 선정의 비화를 전했다.

트랙리스트가 정해진 이후에는 재킷 사진이 문제였다. 여기서는 결국 박진영이 승리했는데, 예은은 “나는 상처난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커버로 하고 싶었는데, 박진영 PD님이 ‘그래도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눈빛을 봤으면 좋겠다’라고 해서 그 의견을 따라갔다”라고 패배(?)의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장 치열한 다툼이 일어난 부분은 역시나 이름에 관한 것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예은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를 바라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예은의 생각은 확고했다. “물론 내 이름이 싫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은이라고 나오면 사람들이 ‘JYP에서 저런 음악을 시켰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나오면서)내가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내 음악을 한다고 봐준다는 것을 지금도 많이 느끼고 있다”라고 핫펠트로서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됐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고집스럽고 당돌하기까지 한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핫펠트의 ‘Me?’인 만큼 여기에는 음악을 넘어선 예은의 삶과 철학이 담겨있다.

예은은 스스로 “원더걸스로 데뷔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었다. 너무 빠르게 스타덤을 얻었고 준비도 안됐다. 정말 혼란스러웠고, 욕심도 많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몰랐다”라며 “(핫펠트로 나서는)지금은 내 자신을 많이 알아가고 있고 음악적, 인성적으로도 많이 준비가 된 것 같다.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이 있다”라고 이번 앨범이 지난 세월 연예계 생활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생각이 담겨있음을 알렸다.

더불어 그녀는 후배 아이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많은 아이돌이 본인 하고 싶은 게 있지만, 막상 데뷔를 하면,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될 음악과 춤에 치중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기 것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될 일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 내 가슴이 뛰게 만드는 것이 뭔지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후배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전하는 당부를 덧붙였다.

끝으로 예은은 “일단은 내 감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벌써 내 두 번째 앨범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라고 말해 원더걸스도 JYP도 아닌 오직 그녀만을 위한 핫펠트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했다.
핫펠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최현정 기자 gagnra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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