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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내의 삶속에서 상처받는 女소설가의 내밀한 아픔을 말하다

입력 : 2014-07-31 22:31:32 수정 : 2014-07-31 22: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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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단편소설집 ‘건너편 섬’
소설가 이경자(66·사진)씨가 오랜만에 단편만 묶은 소설집 ‘건너편 섬’(자음과모음·사진)을 펴냈다. 주로 장편만 발표해온 편이어서 20여년 만에 단행본으로 만나는 단편들이다.

장편이 한 인물의 유구한 서사를 다룬다면 단편은 비교적 작가의 내면이 잘 드러나는 정서적 일기에 가까운 편이다. 물론 철저하게 픽션이라는 소설의 형식에 얹히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때 그때 작가의 내밀한 심정이 섬세하게 음각되기 십상이다. 이승우는 아예 ‘오래된 일기’라는 표제의 단편집을 낸 적도 있다. 

이번 소설집에서 이런 맥락에 가장 부합되는 단편이 ‘고독의 해자(垓字)’다. 여성 소설가로 남편과 자식들까지 건사해야 하는 처지의 고독과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고백록처럼 흘러가는 작품이다. 소설가를 엄마로 둔 자매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소설이었다”고 원망한다. 이혼한 남편은 “당신의 집념 때문에 곁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망쳐버릴 것”이라고 저주했다. 작가는 묻는다.

“도대체 소설가란 무엇일까. 이 여자는 도대체 왜 그렇게 타인의 인생, 자신이 살아내지 않은 사람들의 애환을 쓰고 또 써야만 했을까.”

표제작 ‘건너편 섬’의 주인공 노파는 일찍이 아들을 낳고 남편이 먼저 가는 바람에 홀로 살아온 여인이다. 아들은 강남으로 짝 지어 솔가시킨 뒤 만날 아파트에서 공사장을 내려다보며 홀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캐릭터다. 그네는 외출한 뒤 집 현관에 들어설 때면 큰소리로 “저요! 김금자요! 돌아왔습니다아”를 외친다. 대답할 사람은 없지만 그 여자는 ‘하나하나 장만한 가구들, 말린 꽃송이로 만든 액자, 주방의 그릇들, 옷과 화분들, 모두 인사를’ 받았다.

모두에 배치한 단편 ‘콩쥐 마리아’에는 이른바 ‘양색시’로 미국에 건너와 일가 친척 100여명을 한국에서 데려왔지만 그들 모두 자신을 기피하는 어이없는 설움을 서글프고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네의 심정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할머니를 두고 진술하는 작가의 이 문장은 ‘정은 늙지도 않아’의 밑그림 같다.

“정(情)은, 서로의 마음을 흔들어 마음이 굳지 않게 해주는 것인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한 것도 할머니였다.” 이번 소설집에는 이 밖에도 ‘미움 뒤에 숨다’ ‘언니를 놓치다’ ‘박제된 슬픔’ ‘세상의 모든 순영 아빠’ ‘이별은 나의 것’ 등 모두 8편이 실렸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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