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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즉생’ 朴의 남자… 野 아성 허물고 與 깃발 휘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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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31 00:26:06 수정 : 2014-07-31 09: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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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마침내 오랜 숙원을 풀었다. 여당 불모지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치러진 30일 선거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국회의원 선거에 세번 도전한 끝에 성공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당선이 확실시되자 순천·곡성 정당사무소에 나와 “선거 기간 내내 ‘순천 보은’, ‘곡성 보은’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다닌 것처럼 앞으로 주민들을 하늘처럼 받들고 은혜를 갚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이제 제 직책은 국회의원이지만 여러분의 머슴이자 노예”라며 “주민 여러분이 저를 마음껏 부려달라. 호남의 인재를 키우고 지키면서 순천·곡성 주민들의 위대한 뜻을 이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당 텃밭에서 거둔 승리 요인과 관련, “이번에 국민은 순천·곡성 주민들이 정치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딘것을 감격스럽게 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정치 드라마에 출연한 순천시민과 곡성군민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지지자들을 치켜세웠다. 

감사의 큰절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승리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가 30일 순천시에 있는 전남도당 사무실에서 감사의 인사로 큰절을 하고 있다.
순천=연합뉴스
◆3수 끝에 지역주의 타파


당초 이 당선자의 삼수는 무리수로 받아들여졌다. 호남의 뿌리 깊은 반(反) 새누리당 정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기반 정당은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광주·전남에 국회의원을 배출한 전례가 없다. 전북으로 범위를 넓혀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강현욱 의원(전북 군산을) 이후 18년만이다.

이 당선자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광주에 출마해 고작 720표(1.0%) 득표에 그쳤다. 심기일전해 재도전한 19대 총선에서는 39.7%의 득표율로 야당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지만 당선까진 무리였다. 이번 재보선의 세번째 국회의원 도전은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일각에서 서울 동작을 출마가 거론됐지만, 7·30 재보선 전체가 ‘정권심판론’ 프레임에 갇혀 여권에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이 당선자는 정면돌파로 호남 출마를 강행하면서 잭팟을 터뜨렸다. 그와 동시에 견고한 지역주의 벽을 깬 성과로 한국정치사에 남게 됐다.

특히 이 당선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의 고향인 순천에 비해 유권자가 15% 정도에 불과한 곡성 출신이었기에 승산은 더욱 희박해 보였다. 그런 만큼 이번 선거 결과는 소지역주의까지 극복한 ‘인간 승리’로도 평가된다. 이 당선자는 곡성에서 70.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데 이어 순천에서도 46.2%의 득표율로 42.9%에 그친 서 후보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예산폭탄으로 민심 설득

일단 이 당선자가 그간 호남에 쏟아온 ‘애정’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당선자는 18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시절 예산결산특위 간사를 맡아 전국 곳곳의 예산을 들여다 본 경험이 있다. 그는 각종 지원사업에 공을 들이며 ‘호남 예산 지킴이’를 자처했다. 이번 선거에선 지역 현안인 순천대 의대 유치 등을 공약하며 표심을 자극한게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예산 폭탄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나아가 ‘나홀로 선거운동’ 전략을 끝까지 고수하며 밑바닥 민심을 다진게 반여 정서를 차단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에서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뛴 후보는 이 후보”라며 “입만 열면 ‘호남 사랑’을 부르짖는 이 후보의 진정성이 결국 통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곡성 태생이지만, 순천에서 중학교를 다닌 행운도 작용했다. 정계 입문 이후 줄곧 중앙무대에서 활약했음에도 순천과 곡성 양쪽 주민 모두 이 당선자에게 거부감을 갖지 않은 배경이다. 지역 동문이 주축이 된 조직력도 빛을 발해 전국 15곳 중 최고 투표율(51.0%)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사실 이 당선자의 대이변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일부 감지됐다. 선거 막판 여론조사에서 서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벌이며 당 지도부도 이 지역을 박빙의 격전지로 분류했다.

◆친박계 구심점 입지 획득

이 후보는 청와대 대변인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활약하며 복심으로 통했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다. 6·4 지방선거 직후까지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박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이 당선자의 승리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친박계는 7·14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내 입지가 현격히 좁아진 상황이다. 이 당선자는 향후 청와대와 여당 간 가교 역할을 하며 당청 소통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이 집권 초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당선자의 원내 입성이 박 대통령의 레임덕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새누리당은 호남 내 ‘이정현 교두보’를 마련함으로써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민심공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 당선자로선 새누리당 역대 첫 호남 지역구 의원의 타이틀을 달고 ‘전국구 스타’로 발돋음하며 여권 권력의 중심축이 될 기회가 생겼다. 박 대통령의 용인술에 따라 추후 안전행정부 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으로 입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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