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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호남 벽 허문 투표혁명… 지역할거 타파 닻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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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30 21:10:33 수정 : 2014-07-31 01: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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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궐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됐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여당 불모지인 광주·전남 지역에서 금배지를 단 것이다. 여당에는 경사가 겹쳤다. 충청 3곳과 영남 2곳은 물론 최대 승부처인 서울 동작을, 경기 수원병에서도 승리했다. 15석 중 11석을 휩쓸었으니 새누리당 압승이라고 할 만하다.

가장 돋보인 것은 이 당선자의 낙승이다. 개표 초반부터 앞서 나가더니 예상 외의 승리를 거뒀다. 영·호남을 가로막는 지역주의의 벽을 허문 쾌거로 평가된다. 중선거구제를 채택했던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새누리당 계열의 후보가 광주·전남에서 당선된 것은 처음이다. 이 당선자 개인 차원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불리한 여건에도 지역을 등지지 않고 꿋꿋이 유권자들과 호흡을 같이한 우직한 노력이 진정성을 평가받은 결과다. 국회의원 선거에 세 번 도전한 끝의 3전4기 성공이었다.

정당민주주의 차원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동서 화합을 견인할 정치혁명을 향한 디딤돌이 놓인 감이 짙다. 집권여당이 전국 정당의 면모를 확보했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 이 당선자와 같은 여당 호남권 주자들이 더 나오고 야당의 영남 유망주들도 발분하면 한국 정치의 지역할거주의가 깨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소모적 정쟁과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고질적 지역주의가 완화하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는 새누리당의 아성인 대구에서 40%대의 득표율을 올렸고,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오거돈 후보는 49.34%의 표를 얻었다. 영·호남의 지역 벽을 깨기 위한 도전과 이에 대한 응원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그것은 우리 정치가 가야 할 방향이다.

4석 확보에 그친 새정치연합의 참패는 곱씹을 필요가 있다. 야당은 6·4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유리한 환경에서 선거를 치렀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한때 새누리당 과반 의석 붕괴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 과정에서 노출된 검경의 총체적 무능도 야당에게는 큰 호재였다.

그럼에도 야당이 패배한 것은 못난 행태로 유권자에게 큰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특히 ‘권은희 광주 전략공천’, ‘패륜 공천 논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역풍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안정당의 이미지를 심는 정당 본연의 활동은 간데 없이 단일화에나 연연해 실패를 자초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후보 단일화조차 선거공학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 탓일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김한길·안철수 체제’가 흔들리는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자성해야 한다.

여권은 세월호 참사 충격과 청와대의 잇단 인사 실패에도 이번 승리를 통해 국정운영에 큰 동력을 얻게 됐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국가혁신 등 국정운영에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도 공고해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 결과에 안도하거나 오만해서는 안 된다. 여권이 잘 했거나 미더워서 표를 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반사이익의 측면이 크다. 국정운영의 변화와 적폐 척결 노력을 늦추게 되면 큰 화를 부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야당은 유권자가 이번 선거를 통해 내민 경고장의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철저히 변화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당면과제다. 그러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여야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그것이 이번 선거가 여야에 남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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