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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행동연구가 마이클 바르엘리의 조사에 따르면 축구 골키퍼는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서 있을 경우 페널티킥을 더 잘 막을 수 있다. 세계 유명 대회의 311개 페널티킥의 방향과 골키퍼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페널티킥 방향은 골대 왼쪽으로 3분의 1, 오른쪽으로 3분의 1, 정중앙으로 3분의 1로 갈렸다. 골키퍼의 94%는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대로 있으면 더 잘 막을 수 있는데도 어느 한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 심리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골키퍼들은 페널티킥을 막기 위해 몸을 움직이면 뭔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것도 안하면 심리적으로 더 불안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지려고 뭐라도 하려고 하는 ‘행동 편향’의 사례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은 ‘부작위 편향’이다. 행동을 하든 안 하든 어떤 피해를 불러올 경우 대부분 아무 일도 안 하는 쪽을 선택한다. 자신이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폐해가 덜 해로운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위험에 처한 산악인을 구조하지 않는 행위는 내가 그 산악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보다 덜 나쁜 행위처럼 느껴지는 경우 같은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스포츠 심판들이 결정적 순간엔 휘슬을 적게 부는 것도 파울 선언으로 경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부작위 편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심리와도 통한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법정 증언에 새삼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고 당시 선내에는 “헬기가 오고 있으니 기다려라. 특히 제발 단원고 학생들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됐다고 한다.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있던 고무보트에 탄 해경은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는데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행동 편향’ 심리에 따르면 304명이 차가운 물속에 가라앉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세월호 승무원과 해경은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입으로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휘슬을 부는 시늉만 하고 있다. 국가혁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부작위 편향’ 심리인가. 국민이 준엄히 심판해야 할 정치권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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