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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달마 사장이 서쪽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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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30 21:08:24 수정 : 2014-07-30 21: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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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와 저임금으로 투자 유인하는 베트남
경제회생 목청 크지만 반기업 병세 심한 한국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거머쥔 영화는 관객들에게 삶의 화두를 던진다. 9년 고행으로 중국 선불교의 문을 연 달마대사. 그는 왜 목숨을 걸고 눈 덮인 히말라야를 넘었을까. 아마 광활한 진리의 영토가 그를 꿈길로 인도하진 않았을까.

배연국 논설위원
느닷없이 25년 전 스크린을 뇌리에 떠올린 것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덕분이다. 우리 기업은 왜 중국과 베트남 같은 서쪽 나라에 공장을 짓는 걸까? 그 화두를 안고 얼마 전 베트남을 찾았다.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을 달리면 세계 최대의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이 위용을 드러낸다.

공장 내부에선 산업용 로봇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방진복 차림의 여공 손길이 분주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들은 줄잡아 5만3000명. 주변 하청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족히 10만명을 헤아린다.

삼성은 7년 전 이곳 박닌성에 첫 둥지를 틀었다. 경쟁업체의 초저가 공세에 맞서 원가 절감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곳 고졸 임금은 월 20만원에 머문다. 한국의 10분의 1이 안 된다. 그러고도 인력채용이나 노사분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부 지원도 세계 최상급이다. 100만㎡의 공장 부지를 공짜로 주고, 정문 바로 앞에 전용 통관시설까지 지어줬다. 법인세는 처음 4년간 전액 면제하고 이후 46년엔 5∼10%로 낮췄다. 이런 공격적 지원 덕택에 베트남은 재작년 20년 만에 무역적자국을 탈출할 수 있었다.

기업 투자를 움직이는 것은 애국심이 아니다.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원칙이다. 최근 우리 기업의 국내투자가 줄고 해외투자가 급증하는 것은 이런 원칙이 무시된 당연한 결과다. 투자는 물이 흐르는 이치와 같다. 생산원가가 낮은 곳이면 자연스레 흘러들게 마련이다. 기업 투자를 일으키려면 물길을 막는 장애물부터 치워야 한다. 반기업 정서, 규제 따위의 악성종양을 도려내지 않으면 보따리를 싸는 기업은 갈수록 늘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환경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고용 창출, 내수 활성화를 외치면서도 반기업 장벽은 높기만 하다. 생생한 사례가 제2롯데월드 개장 논란이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이 지어졌다면 투자의 승수효과가 일어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게 순리 아닌가.

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제2롯데월드는 123층의 롯데월드타워와 쇼핑몰 등 3개 부속건물로 짜여 있다. 초고층 타워는 2년 후 완공되지만 부속건물은 지난달 초에 이미 공사를 끝냈다. 그러나 서울시는 부속건물 임시사용 승인 신청을 받고도 두 달째 요지부동이다. 입점을 앞둔 1000여 중소 상인들은 진열대에 오를 상품들이 창고에서 썩고 있다고 발을 구른다. 판매시기를 놓치면 상품들은 악성재고로 변해 떨이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손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 2차 납품업체에게로 빠르게 번지는 중이다. 6000여개 새 일자리와 국내외 관광객 유치도 물거품으로 변할 태세다. 시의 탁상행정이 날려버린 천금 같은 경제효과다.

서울시는 롯데에 교통, 공사 안전 등의 보완대책을 주문한다. 시민 안전과 불편을 생각하는 시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간 공사가 진행되는 그 많은 시간에 시는 대체 무얼 했는가. 시민자문단이 꾸려진 것은 롯데 신청서가 접수된 지 한 달이 지나서였다. 꼭 필요한 절차라면 미리 점검하고 주문할 요랑은 왜 없었는가. 기업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시는 수천 상공인의 생존이 걸린 ‘경제생태계’를 꿰뚫어 봐야 한다. 특정 대기업이란 숲만 봐선 안 된다. 그 속에서 경제적 삶을 영위하는 무수한 풀과 나무들을 생각해야 한다.

영화 달마에서 노스님은 진리를 묻는 제자에게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인다. 부처의 ‘염화미소’ 화두다. 진리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달마는 왜 동쪽으로 갔을까? 아니, 지금 우리는 화두를 바꿔야 한다. 이 땅의 수많은 ‘달마 사장’은 왜 서쪽으로 떠나고 있는가? 해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실천이 없을 뿐.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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