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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독일 경제와 독일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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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9 21:46:34 수정 : 2014-07-29 21: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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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가 이끄는 獨경제 축구처럼 고른 기량 유로존 위기 ‘무풍’
대기업 의존 한국 강소기업 육성부터
닮아도 너무 닮았다. 독일 경제와 브라질 월드컵 우승컵을 거머쥔 독일 국가대표축구팀 얘기다. 우승 후보이던 개최국 브라질은 네이마르를 앞세워 4강까지 올랐지만 거기까지였다. 부상으로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 축구의 민낯을 전 세계 축구팬들은 똑똑히 봤다. ‘축구의 신’ 메시가 포진한 아르헨티나도 스타플레이어 몇몇에 의존하는 축구의 한계를 드러냈다.

독일은 많이 달랐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았다. 한 명이 부진하면 그를 대신할 다른 선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모든 선수가 골고루 기량을 보유했기에 위기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이런 독일 축구는 독일 경제를 그대로 빼다 박았다. 독일은 특정 대기업이 국가 경제를 주도하지 않는다. 독일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90%가 넘는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이 독일 수출의 80%를 담당한다. 세계 일류 상품을 보유한 히든챔피언만 무려 1000개가 넘는다. 이런 강소기업이 전면에 포진돼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로존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 경제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독일은 어떻게 강소기업을 대거 배출할 수 있었을까. 얼마 전 기자는 국가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는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의 박희재 단장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는 연구소와 기업 간의 강력한 산학협동을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독일은 전역에 정부 R&D 기관인 프라운호퍼 연구소 56개가 퍼져 있다. 이 연구소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R&D를 통해 상품 개발에 나서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눈여겨볼 점은 기업과 시장에서 먼저 R&D의 방향을 정해준 뒤 연구소가 기업들의 상품개발에 필요한 R&D에 나선다는 점이다. 즉, 맞춤형 주문식 R&D다. 반드시 상품 개발로 이어지는 R&D인 탓에 독일 기업은 탄탄한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세계일류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공계 석·박사의 80%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에 있다. 대기업은 16%, 중소기업은 3%에 불과하다. 세계일류상품을 만들어낼 인력이 대부분 대학과 출연연에 몰려 있지만 기업·시장과 완전히 동떨어진 채 연구를 위한 연구만 진행되는 실정이다. 상품개발로 ‘절대’ 연결되지 않는 ‘장롱특허’만 양산하는 이유다.

더구나 몇몇 특정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2012년 기준 39조원으로 전체 기업 영업이익 155조1000억원의 24.9%를 차지한다. 2009년 16.9%에서 3년 만에 그 비중이 크게 늘어 삼성과 현대차 의존도는 더욱 확대됐다. 경영성과 평가기관인 CEO스코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GDP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현대차는 12%다. 두 그룹의 비중은 2008년 23.1%에서 빠르게 35%로 확대됐다.

최현태 산업부장
특정 기업 집중도가 이처럼 높다 보니 이들이 비틀거리면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자동차·IT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때 10조원을 돌파한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분기 7조원대로 급락했고 현대·기아차도 2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강소기업이 우리나라에 그다지 많지 않다. 국내 벤처기업 중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기업은 19개 기업에 불과하다. 대기업 위주로 정책을 펴다 보니 강소기업을 키우는 일은 매우 더디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수출 한번 하지 않은 기업들이다.

강소기업의 중요성은 국내 벤처기업이 여러모로 대기업을 능가한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을 조사해보니 고용증가율, 영업이익률, 매출액증가율이 대기업을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답은 하나다. 독일처럼 강소기업을 열심히, 꾸준히 키워야 한다. 브라질 축구처럼,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기 전에.

최현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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