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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개혁 민낯 보여준 ‘천송이 코트’ 논란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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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9 21:49:55 수정 : 2014-07-29 21: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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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다음달부터 공인인증서 없이도 일명 ‘천송이 코트’를 온라인으로 살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30만원 이상 카드결제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인인증 절차가 폐지된다. 카드정보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 휴대전화 인증만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간편결제서비스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정부가 그제 내놓은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생각대로 잘 될까’라는 의구심을 다시 품게 된다. 지난 5개월 동안 이어진 천송이 코트 논란 역정을 돌아보면 그렇다. 논란은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처음 불거졌다. 한 경제인이 “한류 열풍으로 인기 절정인 천송이 코트는 중국에서 사고 싶어도 못 산다. 바로 엑티브X 때문”이라고 언급하면서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여주인공이 입은 코트를 사려는 중국인의 접속이 국내 온라인쇼핑몰에 쇄도하던 시기였다. 금융위원회는 두 달 후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폐지했다. 하지만 규제조항이 없어졌다고 해서 ‘손톱 밑 가시’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상당수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은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요구했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새 인증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참다못한 대통령이 거듭 호통을 치자 금융위는 부랴부랴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천송이 코트 논란은 이명박정부의 ‘대불공단 전봇대’를 연상시킨다. 전봇대는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공단에 있는 전봇대가 대형 트레일러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질타한 뒤 규제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문제의 전봇대는 사흘 만에 뽑혔다. 하지만 트레일러 통행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다른 전봇대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대형 트레일러가 자유롭게 통행하려면 전봇대뿐 아니라 도로, 다리 등도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모두 바꿔야 한다. 규제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기껏 전봇대 한두 개 뽑고서 길이 술술 뚫리기를 바라는 것은 규제의 물정을 모르는 단견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국민이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할 정도로 규제개혁을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 설정이다. 난마처럼 얽힌 규제 올가미는 단칼에 무 자르듯 잘라낼 수는 없다. 규제 개혁은 정교한 대책과 강력한 실천 의지가 담보될 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실천을 담보하자면 공직사회의 자세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책임이나 면하려는 복지부동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2기 내각은 비상한 각오와 다짐으로 규제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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