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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모르게 러 땅 된 ‘녹둔도’ 아시나요”

입력 : 2014-07-29 22:04:18 수정 : 2014-07-29 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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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부임해 여진과 싸우던 곳
1860년 청나라가 러시아에 넘겨
두만강이 동해와 만나는 하구에 녹둔도(鹿屯島)란 섬이 있다. 사슴이 모여 사는 언덕처럼 생긴 섬이란 뜻으로, 면적은 32㎢에 이른다. 우리 조상이 600년 넘게 거주한 곳이나 지금은 러시아 영토가 되었다.

“1860년 서구 열강과의 전쟁에서 패한 청나라가 영국·프랑스·러시아 등과 조약을 맺을 때 녹둔도를 러시아에 넘겼어요. 우리 땅을 자기네 마음대로 서로 주고받은 것이죠.”

원로 지리학자인 이기석(74·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녹둔도를 둘러싼 영토문제에만 수십년 동안 매달려 온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조선 정부가 미처 모르는 사이 러시아 땅이 된 녹둔도는 20세기 초까지도 한민족의 이주와 정착이 꾸준히 이어졌다.

“19세기 후반에도 우리 선조들은 두만강을 건너 녹둔도에 농지를 적극적으로 개척했어요. 그런데 1938년 옛 소련의 스탈린이 녹둔도 조선인을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시킨 뒤 사람이 살지 않게 되었죠. 지금은 늪과 모래언덕, 잡초만 무성한 거친 땅으로 변했습니다.”

녹둔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발발 전인 1587년 부임해 북방 여진족과 맞서 싸운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황무지가 되다시피 한 지금도 수백년간 삶의 터전을 가꿔 온 우리 선조의 자취가 생생히 남아 있다. 이 명예교수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이곳을 답사했다.

“녹둔도에 살았던 한민족의 발자취를 복원하고, 현재의 자연적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그를 토대로 장차 녹둔도의 개발 잠재력과 위상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한국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댔을 때 영토문제를 당당히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06년 서울대를 정년 퇴임한 이 명예교수는 현재 한국영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30일 오후 2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녹둔도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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