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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닿는 거리에 있던 해경, 고무보트서 바라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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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8 20:00:37 수정 : 2014-07-29 0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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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학생들 첫 법정증언 “해경이 손만 뻗으면 구조가 되는데, 배 밖에만 그냥 있었어요.”

28일 광주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증인 신문에서의 학생들 증언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다. 사고 후 처음으로 법정에 나온 경기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구조를 기다리는데 해경이 선내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28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경기도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법정 증언을 마친 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나서고 있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안산 지역에 살고 있는데다, 광주까지 장거리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안산지원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4층 선미 왼쪽 방에서 탈출한 A학생은 이날 법정에서 “해경이 배 밖으로 나가면 건져주는 모습이 보였다”며 “하지만 안으로 들어오지 않자 친구들끼리 왜 들어오지 않느냐고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A학생은 같은 반 친구들이 선내에 둥둥 떠다니는 캐비닛을 징검다리 삼아 복도에 올라와 줄을 서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세월호 왼쪽 선미 방에 머문 A학생의 반 친구들은 세월호가 좌현으로 기울어 복도의 창문 너머로 바다의 상황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복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반 학생 가운데 절반이 파도에 휩쓸려 나갔다고 A학생은 증언했다. 이 학생은 “복도에서 2∼3분 정도 기다렸는데 파도가 쳤다”며 “이 파도로 절반 정도가 휩쓸려 나갔고, 그 친구들은 다시 못 나왔다”고 하며 울먹였다. 이 학생은 선미 쪽에 도착한 보트에 탄 해경이 손만 뻗었어도 파도에 휩쓸려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생존 학생들은 “막 빠져나온 직후 비상구에 파도가 덮쳐 나머지 학생들은 배 안쪽으로 휩쓸렸다”며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을 엄벌에 처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A학생은 배 안에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지만 해경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A학생이 구조될 당시 검은색 보트를 봤다고 증언한 점으로 미뤄 이 시각은 침몰 당일인 4월16일 오전 10시쯤이다. 침몰한 후 한 시간가량 상당수의 단원고 학생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생존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B학생은 침몰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B학생은 “세월호 침몰 당시 소방호스나 외부 도움 없이도 자력으로 탈출이 가능했다”며 “나가려고 했으면 캐비닛과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만 계속 나와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조된 학생 상당수는 스스로 배 안에서 친구들끼리 손을 잡아주고 끌어주는 방법으로 복도까지 올라와 구조됐다고 진술했다.

C학생도 선실에 물이 찰 때까지 상당수 학생들은 안내방송에 따라 가만히 그 자리에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C학생은 캐비닛을 밟고 이미 복도로 나와 보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 밖으로 나와 구조됐다고 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세월호 침몰 후에 캐비닛 의 에어포켓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침몰 당시 한 학급 반장이 침착한 대응으로 친구들을 이끈 뒤, 자신은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학생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배가 기울자 반장이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이어 “배가 기울어 옆에 있던 출입문이 위쪽으로 올라가 손에 닿지 않는 상황에서, 창가에 있던 애들이 물이 점점 차오른다고 소리 지르자 반장이 침착하게 구명조끼가 있으니 기다렸다가 물이 차면 나가자고 했다”며 당황한 친구들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반장 학생은 세월호 4층 선미 쪽 왼편 SP1 선실에 머물던 학급의 반장 유모양이었다. 그러나 유양은 끝내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반면 승무원들은 조타실에 모인 채 패닉 상태에 빠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생존 단원고 학생 6명을 상대로 안산지원에서 비공개로 증인신문을 했고, 29일에는 20여명의 학생의 증언을 듣는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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