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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오의디지털세상] 집단지성과 네티즌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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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8 22:43:12 수정 : 2014-07-28 22: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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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集團知性)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하며,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이 개념은 1910년대 하버드대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가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처음 제시했다. 휠러는 개체로는 미미한 개미가 공동체로서 협업해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했고, 이를 근거로 개미는 개체로서는 미미하지만 군집(群集)해서 높은 지능체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위키백과(Wikipedia)는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이 등장한 집단지성이 이룰 수 있는 좋은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여러 명의 서로 다른 지성적 존재들이 함께 힘을 합쳐 백과사전을 만들어가며 단순히 지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상호작용을 통한 내용의 확대와 확인, 그리고 연결이 유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위키백과의 사용자들은 서로 독립적이며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기존의 사회처럼 위계질서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매우 자율적이고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하며 어느 정도 평판과 상호 평가에 의해 운영되지만 내용의 접근, 편집에 대해 거의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비교적 엄격하게 내용을 검사하고 상호 비판을 통해 정리해 나가기도 한다.

이경오 선문대 교수·컴퓨터공학
집단지성은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문제 해결에 도달하기도 하며 인터넷 공간에서 지식의 생산과 공유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발전을 지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동일한 관점을 가진 개인이 모여 여러 의사결정을 거치면서 비합리적이고 극단적인 결정에 도달하기도 한다. 또한 개인의 의견을 억제하고 무시하는 집단 압력을 가하기도 하며 때로는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발생했을 때 테러 발생 직후 결성된 ‘배낭형제들’이란 이름의 네티즌 수사대는 인터넷 공간에서 테러 현장의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커다란 배낭을 메고 사건 현장을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지목했다. 까무잡잡한 피부는 아랍계 인종을 종종 테러리스트로 몰던 미국 내 분위기에 편승해 네티즌 수사대는 그들이 범인임을 매우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이와 관련하여 AP통신과 CNN은 그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당국이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보도했다가 정정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용의자 중 한 사람이 이러한 언론의 압박과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최근 유병언 시신 발견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네티즌 수사대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들이 올린 글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수준이 높고 설득력이 있다. 예전의 타진요 사건이나 채선당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인터넷 공간에서의 매우 그럴듯한 주장도 완전한 거짓으로 드러날 수가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는 항상 냉철하고도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며 비판적으로 글들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경오 선문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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