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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유병언과 세월호가 몰고 온 귀신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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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8 22:38:08 수정 : 2014-07-28 22: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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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통해 사회 끌고가는 방식 문제
반체제운동 이용 세력 단호 대응을
대한민국은 언제부턴가 ‘유병언이 죽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사회’가 되었다.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떠나서 그는 ‘죽어야만 하는 인물’이 됐다. 그런데 그는 정말 ‘죽은 시체’로 발견됐다. 그 한 사람이 죽은 것이 대한민국의 줄줄이 이어지는 권력형 부조리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온갖 치부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해결이 되었다.

국민들의 저주 때문인가. 검찰과 경찰의 거미줄 같은 수사망을 피해서 혼자서 죽은 시체로, 그것도 부패한 채로 세상에 드러났다. 여기에는 참으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부조리와 혹세무민과 인간 이하의 일들이 도사리고 있고, 한국사회를 망하게 하고도 남을 그런 일들이 숨어있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처음부터 인천지검 보다 다른 데 맡겼어야 했다. 평소에 연고가 있고, 부정부패의 고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인간관계가 뿌리 깊게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인천지검에 사건을 맡긴 것부터가 이유가 있는 패착이었다. 세계적으로 정보망을 자랑하는 한국의 검찰과 경찰이 국내에 있는 유병언 한 사람을 잡지 못해 온 국가를 100여일 동안 진흙수렁에 빠뜨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안 잡느냐’ ‘못 잡느냐’고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사회는 온통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는 논리다. 온통 ‘미쳐 버린 사회’ 같다. 사회가 이토록 타락하도록 그 많은 교회와 그 많은 절들은 무엇을 하는지, 그 많은 학교는 무엇을 가르쳤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돌이켜 생각하면 세월호 사태는 처음부터 ‘물신숭배’ 사회가 되어버린 사회, ‘돈(money)신(神)’이 지휘한 사건이었다.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악덕 기업주, 돈이라면 먹고서라도 죽어야만 하는 사회 탓이었다. 정말 신은 우리 국민에게 보릿고개 대신에 의식주를 해결하고 돈을 주었지만, 그 대신 사람답게 사는 것을 빼앗아가 버렸다. 온통 거짓과 가식으로 점철된 사회가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도덕이니 양심이니 법이니 영혼이니 하면서 떠들고 있지만 실은 우리 모두는 물신숭배에 빠진 스스로에게 속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어떤 때는 잘살게 된 것이 도리어 화근이 되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 정말 돼지처럼 돈만 먹고사는 사회인가.

한때 운동권에서는 ‘죽음의 굿판’이라는 말이 나왔다. 죽음을 제물로 해서 반체제운동을 계속해나가는 경우를 빗댄 말이었다. 또다시 세월호를 두고 그런 말들이 뒤숭숭하게 출몰하고 있다. 희생을 통해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회운영방식을 언제 탈피할지 의문이다.

한국문화의 가장 약점은 바로 귀신놀음이다. 우리 문화의 기층에는 샤머니즘이 있다. 샤머니즘은 결코 나쁜 문화가 아니라,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마저 평화롭게 살게 하는 ‘평화를 지향하는 문화’이다. 그런데 종종 타락한 형태의 귀신놀음으로 바꾸어질 때가 있다.

한국문화가 가장 타락하고 저조하고, 창조적이지 못할 때에 이들 귀신은 출몰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원한과 한풀이로 일관하고 있다. 청문회조차 상대가 잘못되도록 흑주술(黑呪術)을 펼치는 굿판이 되고 말았다.

세월호 사건도 이제 도를 넘어서 귀신사회가 되는 데에 일조하고 말았다.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가급적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서로 자제하고 배려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사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 모두는 사리사욕에 빠져 그렇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세월호 사건과 그 후 처리과정을 보면서 갑자기 ‘불쌍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보다 잘 먹고 잘사는데 왜 불쌍한가. 자가생산 철학과 이데올로기가 없는 국민들이 또다시 세월호 사건을 일부 세력이 선전선동의 미끼로 삼지 않을까 걱정이다. 세월호 사태로 국정은 현재 거의 마비상태에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몇몇 대기업이 이끌어가고 있는 나라이다. 국가가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만약 국제경기가 여의치 못해 곤두박질치고, 기업들의 생산성이 악화되면 언제 나라가 온통 아수라장이 될지 모르는 형국이다. 지금 잘되는 기업이 항상 잘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오늘날 국제경제 현실이다.

기업이 좀 잘될 때에 힘을 비축하고 미래에 먹고살 동력을 찾아야만 하는데 정부와 국회는 이것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온통 세월호에 빠져 있고, 검찰과 경찰은 따로 수사를 하면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세월호를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어떻게 나라가 세월호뿐인가. 세월호도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어떤 국민과 사건도 법 위에 있을 수 없고, 법 아래에 있을 수 없다.

세월호 사건을 반체제운동권의 운동으로 선회시키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정부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대로 세월호 사건을 여야 대치 정국으로 확대시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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