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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고 우크라·美中 갈등…곳곳서 3차대전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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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7 21:49:30 수정 : 2014-07-27 22: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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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1차 세계대전 발발 100년… 다시 고조되는 전운
1914년 7월28일 0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포탄이 날아들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한 달 전 자국 왕위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세르비아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란치프의 총에 맞아 숨진 데 대해 보복을 감행한 것이다. 인류가 경험한 최초의 대규모 세계전쟁인 1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다. 28일(현지시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은 지금 전 세계 전쟁의 불씨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다만 리듬을 갖고 있다.” 2014년은 1914년과 비슷한 리듬을 보여주고 있을까.

◆1차대전 직전의 유럽 위기 상황

1차 세계대전 발발 전 강대국 간 패권경쟁이 한창 달아올랐다.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신흥강국으로 부상하자 이에 놀란 기존 강대국인 영국·프랑스는 이들 국가 견제에 여념이 없었다. 이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신흥강국이 출현하면 기존 패권국과 불가피하게 충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힘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군비·식민지 경쟁을 벌였다. 1906년부터 1912년까지 영국과 독일의 군비 예산은 각각 40%, 100% 증가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보스니아를 합병하자 역시 보스니아를 원했던 세르비아의 불만이 커졌다. 이것이 사라예보 사건으로 이어졌다. 민족주의는 전쟁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러시아가 슬라브족의 단결을 내세우며 발칸반도로 세력을 뻗쳤고,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는 게르만족의 단결을 외쳤다. 민족주의에 사로잡힌 여론은 전쟁을 열렬히 지지했다.

공격을 받으면 상호지원에 나선다는 조약은 작은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확산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프랑스·러시아의 3국협상과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이탈리아의 3국동맹이다. 이들과 이들의 동맹국이 얽히고설키면서 여러 국가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미국은 1917년 자국 상선 라코니아호가 독일 잠수함에 격침하자 참전을 선언했다.

◆100년 전과 비슷한 현재의 지구적 분쟁

1차 세계대전 이전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많은 유사점이 발견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 교수는 “이 공통점들은 ‘강력하고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과 독일은 지금의 미국과 중국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서방과 러시아도 될 수 있다. 태평양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변되는 동유럽 주도권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만 보면 일본과 중국이 이러한 관계다. 중국이 지난해 말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언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국과 일본의 긴장상태를 1차대전 직전 영국과 독일에 빗대기도 했다.

중·일 관계에서 미·일 상호방위조약은 전문가들이 동아시아발 세계전쟁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은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양국 상호방위조약의 대상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만약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제도를 두고 군사적 충돌을 한다면 미국이 개입하고, 양국의 동맹국들도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전 세계 군비경쟁은 멈출 줄 모른다. 미국은 군비를 줄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 1위 규모다. 중국과 러시아는 매년 국방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일본도 올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선언하며 군비 확장에 뛰어들었다.

민족주의가 확산하는 시대 분위기도 우려스럽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따지고 보면 바탕에 민족주의가 깔려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계 민족의 힘을 결집해 강한 러시아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중동의 종파 갈등이 100년 발칸반도의 모습과 같다는 지적도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 이슬람과 유대교 등으로 나뉘어 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시리아 등지에서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각국이 종파와 동맹, 이해관계에 따라 편이 나뉘면서 국제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또 다른 세계대전을 피하려면

100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같더라도 세계대전이 재발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유엔이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기구들이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이 ‘신형대국 관계’ 정립 등을 통해 마찰을 피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유럽은 1, 2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매년 되새기며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낙관론은 위험하다. 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에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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