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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스토리… 밋밋한 음악…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었다”

입력 : 2014-07-27 20:56:45 수정 : 2014-07-27 20: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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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리뷰 뮤지컬 ‘드라큘라’는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같은 뮤지컬이다. 눈을 즐겁게 하는 시각적 경험과 좋아하는 스타를 만난다는 설렘을 관객에게 주지만 놀이공원에서의 하루처럼 공허하기도 하다. 작품 자체가 가진 힘을 통해 관객에게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그러하듯 ‘드라큘라’도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큰 기대를 받던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작곡가로 올라선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인 데다가 거대한 스케일의 무대, 스타 배우의 캐스팅 등 개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일 요소가 충분했기 때문. 하지만, 드라큘라는 인기작곡가, 아름다운 무대, 스타배우라는 주요 요소를 모두 갖고 있음에도 관객을 작품에 몰입시키는 데 실패한다.

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뮤지컬 ‘드라큘라’는 빈약한 스토리와 지루한 음악으로 관객에게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OD뮤지컬 제공
가장 큰 문제는 빈약한 스토리다.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이 400여년 전 죽은 자신의 옛 연인을 닮은 미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여기에 미나의 약혼자 조나단과 드라큘라를 제거하려는 반 헬싱 교수 등의 인물이 얽혀서 극이 이어진다. 하지만, 작품은 드라큘라 백작과 미나의 사랑,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엮어내지 못한다. 무엇보다 평면적이고 단선적인 인물들이 문제다. 죽은 연인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미나에 대해 맹목적 사랑을 느끼는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기 힘들다. 심지어 작품 속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조차 상투적 소재가 돼 가고 있는 그 흔한 ‘존재에 대한 고민’ 한번 하지 않는다. 거의 스토커에 가까운 백작의 구애를 뿌리치지 못하고 끝내 그와 사랑에 빠지는 미나 역시 공감을 얻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미나는 헌신적인 약혼자 조나단과의 갈등 한번 없이 드라큘라와 사랑에 빠져 스스로 흡혈귀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작품의 축이 되는 두 인물이 스토리 속에서 힘을 가지지 못하니 전체 줄거리가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빈약함을 채우려 안간힘을 쓰지만 이들의 노력마저도 안이하게 만들어진 캐릭터와 빈약한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는다.

기대했던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도 실망을 준다. 거의 자기복제에 가깝도록 지난 작품들이 연상되는 음악들이 계속된다.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로 여전히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노래들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한국시장에서의 와일드혼의 인기에 기대 함량미달의 작품을 들여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지루한 스토리와 밋밋한 음악의 극을 지탱하는 것은 훌륭하게 만들어진 무대와 배우들의 연기뿐이다. 4개 턴테이블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성과 공동묘지 등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무대는 충분한 볼거리가 된다. 스타급 배우들도 명성에 걸맞은 좋은 가창력을 보여준다. 이들의 노래를 가까운 곳에서 듣고자 하는 팬들에게만큼은 큰 선물이 될 것이다. 9월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5만∼14만원. (02)552-2035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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