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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대소사 깨알 정리한 86세 ‘수첩 할아버지’

입력 : 2014-07-25 20:00:06 수정 : 2014-07-25 2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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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지음/이야기너머/2만원
거슥, 누구냐/박종태 지음/이야기너머/2만원


‘조선왕조실록’이나 ‘일성록’ 등을 대할 때면 우리 민족에게는 기록을 위한 유전자가 따로 몸에 새겨져 있다 싶어질 때가 있다. 그 유전자를 제대로 발현하는 이들이 가끔 있어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저자가 꼭 그렇다. 책을 가능하게 한 그의 기록 정신은 놀랍다. ‘개인연대표’라고 정리된 내용을 보자.

1936년 독일에서 11회 베를린 올림픽이 개최됐고, 경부선은 복선 운행이 시작됐다. 그해 저자는 여덟 살이었고 봉래보통학교에 입학했다. 같은 해 ‘점례고모’는 결혼식을 올렸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1997년에 냉장고를 88만5000원에 샀고, 소마구의 온돌방을 개조했다. 세계사와 국사, 개인사, 집안 일로 항목을 나누어 정리해 놓은 것이다.

저자는 1960년부터 작은 수첩에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을 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첩이 수십권. 간단한 수입, 지출에서 자녀들의 일, 마을의 대소사까지 빠짐없이 적었다. 맞춤법이 틀리면 어떻고, 문장이 어색한 들 문제일 리 없다. 수첩은 박종태라는 개인의 기록을 넘어 민간의 생활사를 보여준다.

책을 꾸미면서 저자는 수첩의 기록을 한자 한자 새겨 다시 정리했다고 한다. 그것을 지면에 그대로 실었다. 여기에 두 차례의 구술기록과 인터뷰를 보탰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자신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과연 매사에 최선을 다하여 살아왔는지, 잘못은 얼마나 있는지, 회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남다녀하고 장수하였다. 다행히 다복하다고 본다.”

‘거슥, 누구냐’라는 책 제목은 손자들이 놀러올 때 문을 열며 저자가 자주하는 말에서 따왔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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