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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가장 담담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어느 날 전립선암 선고를 받는다. 주치의가 살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하자 자기 죽음을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나는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고….”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던 영웅 이순신과는 또다른 감동적 언어다.

죽음에 대한 그의 당당한 태도는 삶의 자신감에서 나왔다. 그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이었다. 백만장자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은 다른 피붙이와 지인들에게 모두 나눠준다. 세상의 물욕과 기만에서 벗어나 홀로 자신의 영혼과 마주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그의 방에는 책상, 의자 몇 개밖에 없었다. 수도원 정원사의 조수로 일하며 그는 끝없이 삶과 죽음을 천착했다.

췌장암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스티브 잡스는 죽음을 긍정 에너지로 승화시킨 거인이었다. 혁신적 발명가 잡스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라고 외친다. 그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은 지금 들어봐도 가슴이 뭉클하다. “제가 열 일곱 살이었을 때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매일을 삶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 당신은 대부분 옳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저는 그것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이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제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것을 하게 될까?’ 그리고 여러 날 동안 그 답이 ‘아니요’라고 나온다면 저는 어떤 것을 바꿔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잡스와는 이질적인 또 다른 죽음이 있다. 구원파 지도자 유병언씨의 씁쓸한 퇴장이다. 그의 말로는 스스로 재앙의 씨를 뿌린 세월호 참사만큼이나 비극적이다. 억만장자인 그는 궁벽한 시골의 매실 밭에서 무일푼으로 눈을 감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승의 끝자락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이름 모를 풀벌레와 산새 소리에 온갖 상념이 뇌리를 스쳤으리라.

유병언씨는 자칭 위대한 발명가다. 접이식 구두주걱에서 롤러스케이트까지 별의별 발명품이 많다. 발명특허와 디자인특허가 수백을 헤아릴 정도다. 희대의 발명가를 자처하는 그가 ‘삶의 최고 발명품’은 어찌 최악으로 마감하고 떠났을까.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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