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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입장서 본 사랑, 그리고 관계…

입력 : 2014-07-24 22:53:29 수정 : 2014-07-24 22: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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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국여성극작가전 “여자입장 어디서 볼 수 있어요?”

대학로 극장가에서 종종 들리는 소리다. ‘여(女)·자(者)·립(山+立)·장(章)’은 연극 제목이 아니라 ‘제2회 한국여성극작가전’을 알리기 위한 홍보 슬로건이다. 굳이 놈 자(者)를 쓴 것은 페미니즘을 중성화시키기 위함이고, 우뚝설 립(山+立)은 ‘여성’의 자리매김이 드물던 연극계에서 최근 주요 타깃층인 여성 관객들을 만족시킬 만한 코드를 개발한 감각적인 여성 극작·연출가가 점차 주목받는 추세에 맞춰, 여성 연극인들의 긍지를 높이고 화합의 장을 도모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목보다도 뜻을 담은 독특한 홍보문구가 널리 알려진 경우다.

여성극작가전이 흥행몰이를 하는 이유는 그간 가벼운 로맨스코미디와 외국 번역극에 신물이 난 관객들이 새롭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정통연극에 한발 더 다가간 여성극작가들의 작품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펼쳐진 ‘여성극작가전’은 2세대 대표 여성극작가 6인과 연출가 6인, 그리고 근현대사 극작가를 대표하는 고 김자림, 엄인희 작가의 추모공연으로 짜였다. 이들 작품들은 정치, 사회적인 맥락에서 여성의 입장을 잘 녹여내 남녀를 불문하고 호평을 받고 있다.

앞의 3편을 놓쳤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3편의 공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199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희곡)로 문단에 나온 유진월 작가의 ‘연인’(이현정 연출)과 김윤미 작·백은아 연출의 ‘수인의 몸 이야기’, 장성임 작·류근혜 연출의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일들’이 8월 10일까지 한 주씩 릴레이 형식으로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무대에 오른다.

▲연인: 오래된 연인들, 사랑과 시간의 변증법(27일까지)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방식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예민하고 행복하고 슬프고 짜릿하고 열렬하며 고통스럽고 감동적이다. 그러나 한때 존재의 의미와도 같았던 사랑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흐릿해진다. 문득 서로를 바라보며 저 사람이 한때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인가 의아해지고, 왜 그렇게 열병을 앓으며 괴로워했던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작품은 나이와 상황을 알 수 없는 그녀와 그, 두 사람이 등장해서 담담한 어조로, 소통의 방식으로서의 사랑의 의미를 추구한다. 오래된 연인이라는 관계를 통해서 시간이 주는 삶의 주름에 관해 사색한다.

▲수인의 몸 이야기(30일∼8월3일)

원인 모를 몸의 통증에 대한 이야기다. 통증의 이유를 찾아가는 한 여자의 지난한 여정을 그린다. 반드시 알아내서 치료하고 말겠다는 한 여자의 안간힘과 필사적인 몸부림을 담아낸다. 그녀는 치료에 대한 일념으로 현대의학에서 최면술사, 한의사, 돌팔이, 광신도 종교집단에게로 쉼 없이 떠돌아다닌다. 그녀의 여정은 원인 모를 통증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매혹적인 뉘앙스와는 달리 때론 매우 위험하고 때론 아주 가혹하다.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일들(8월6∼10일)

‘나’의 존재가치를 자신 안에서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스스로 자기가치를 인증하지 못할 때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확인받으려 하지만, 타인의 마음에서 내가 차지하는 위상으로 나를 방증하려 해도 그 또한 쉽지 않다.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고, 안다고 여길 때조차 그것은 착각이기 십상이다. 극은 각자가 개체일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내면을 세 인물이 교차하는 에피소드로 묘사한다.

앞서 6월 25일부터 7월 13일까지 ‘머나먼 알라스카의 오두막’(최은옥 작·김수진 연출), ‘히스테리카 파쇼’(이지훈 작·정안나 연출), ‘이런 노래’(정복근 작·김국희 연출) 등 세 작품이 학전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070-4355-0010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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