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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길거리 그림’들 즐비… 여행자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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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4 22:31:09 수정 : 2014-12-22 17: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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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25〉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도미니카공화국에 다시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부분들이 익숙해져 있었다. 공항은 ‘라스 아메리카(Las America)’에 있으며, 산토도밍고까지는 40분가량 소요된다. 교통편은 택시밖에 없지만, 공항 근처까지만 타고 가서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다. 산토도밍고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알아본 건 숙소였다. 호텔이 아닌 집을 렌트할 생각이었다. 호텔은 아무리 저렴하다 해도 배낭여행객에게는 비싼 편이다. 집은 월 단위로 빌려주는데, 저렴하며 주방까지 있었다. 건물 한 채를 빌려주는 곳은 500달러인데, 집이 꽤 커서 게스트하우스로 돈을 벌어도 될 정도다. 그렇게 일을 크게 벌이진 않았다. 방 하나와 거실에 부엌까지 딸린 작은 집으로 구하면 300달러에서 400달러면 충분하다. 더 싼 집도 많지만, 위치가 좋으면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집까지 구하고 나니, 이제는 마음 편하게 산토도밍고를 누빌 수 있다. 산토도밍고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로,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도시를 세운 곳이다. 처음 항해에서 새로운 땅을 찾은 콜럼버스는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이 섬에 도달했다. 그는 쿠바섬과 이스파뇰라섬을 찾았는데, 이스파뇰라섬에 도시를 처음으로 세웠다. 이스파뇰라섬은 현재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이 있는 곳이다. 그는 이스파뇰라섬에 도착해서 도시를 세우고, 사람들을 데려와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이 섬에는 타이노족이라는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타이노족은 작은 체구의 사람들로, 강건했던 아메리카 인디언들과는 다르다. 타이노족은 유럽 사람들과 함께 건너온 전염병, 그리고 중노동으로 인해 전멸당했다.

그후 필요한 노동력은 아프리카 흑인들에 의해 충당됐고, 이주해서 살고 있던 스페인 사람들은 아프리카 흑인들과 섞였다. 그래서 현재 도미니카공화국 사람 대부분은 물라토라는 혼혈인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와서 세운 도시지만,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뉘어 또다시 노동을 착취당하는 역사는 반복된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두 번의 독립으로 지금의 한 나라가 되었다.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과 아이티로부터의 독립을 거쳤다. 강건한 아프리카인들로 구성된 아이티는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 도미니카공화국까지 지배했다. 그래서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아이티로부터의 독립기념일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카예 콘데 거리에는 물건을 파는 좌판이 줄지어 있다.
지금은 자연재해로 어려움에 처한 아이티인들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와서 일을 하는데, 차별이 만만치 않다. 처음 만난 아이티인은 내가 머물던 건물에서 일을 하던 자넷이라는 친구다. 자넷은 친절하고 항상 운동을 하며, 하루에도 몇 번은 옷을 갈아입는 젊은 친구다. 건물의 모든 사람들은 하루에 몇십 번이고 자넷을 불러댄다. 몇층이든 상관없이 “자넷, 벵 아카(ven aqa)”라고 외친다. ‘여기로 와’라는 뜻인데, 좋은 말은 아니다. 주로 하대하는 말로 쓰인다. 아주 작은 심부름도 자넷에게 시킨다. 심지어는 말문을 겨우 튼 앞집 아기도 이 말을 쓴다. 그래도 자넷은 항상 웃으면서 사람들을 대한다.

나는 음식을 하면 자넷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밖에서 뭔가를 사 먹으면 자넷에게 줄 것을 미리 사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넷과는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자넷이 갑자기 없어졌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아이티 집에 갔다고 했다. 내가 아이티 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같이 지도를 보면서 집이 어디인지도 찾아보고 했었는데, 집에 갔단다. 말없이 간 게 이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강제 추방당했다고 했다. 누군가 신고를 했다는데, 자넷에게 악감정을 품은 사람이 없어 보였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자넷의 소식은 한참 후에 또 한번 들을 수 있었다. 자넷이 브라질로 갔다고 해서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자넷은 착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해서 어디를 가든 잘 지낼 거라고 믿는다. 도미니카공화국 사람들은 아이티인들을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자넷 때문인지 아이티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카예 콘데 거리에서 체스를 두는 아이들.
카메라 하나를 어깨에 메고 길을 걸어가는데, 차 한대가 빵빵거리며 나를 멈추게 했다. 이유인즉슨, 카메라를 도난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고 했는데도 굳이 비닐봉지를 하나 준다. 검은 비닐봉지에 카메라를 넣은 후 묶어 메니까 그제서야 차는 지나갔다. 여행에서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항상 조심하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산토도밍고에서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카예 콘데(Calle el Conde)’라고 부르는 길이다. 흔히 ‘카제’라고 발음하며, 그 일대는 ‘소냐 콜로니알(Zone Colonial)’이다. 소냐 콜로니알은 식민지 지역이라는 뜻으로,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세운 도시다. 여행자의 거리이며,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구역마다 군인이나 경찰이 지키고 있어서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카예 콘데 거리 끝까지 가면 바다도 가깝다. 콜럼버스가 배를 타고 왔으니, 당연히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이다. 아직까지도 항구가 있고, 그때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카예 콘데는 길게 뻗은 길에 각종 물건들을 파는 상인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사람들은 항상 붐비고, 한밤에도 사람들이 많다. 반 이상은 외국인이라서, 여기저기서 사진찍기에 바쁘다. 유일하게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로, 재미있는 볼거리도 많다. 기념품과 각종 그림들을 파는 좌판에 다가가면 주인이 어디선가 나타난다. 더워서 그늘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나온다. 이 거리에는 매일 나가도 매일 다른 일이 벌어지는 새로움이 있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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