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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냉정하게… 세상을 보는 두 시선

입력 : 2014-07-24 23:05:01 수정 : 2014-07-24 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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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다른 뮤지컬 두 편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 가지 모습이 아니다. 보는 시선에 따라, 보는 관점에 따라 그 느낌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이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한 삶의 장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피맺힌 비극의 현장일 수도 있기 때문. 인간의 삶을 소재로 삼는 뮤지컬 속에도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이 담겨 있다. 현재 예술의전당과 대학로에서 만날 수 있는 두 작품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블러드 브러더스’는 이 상반된 시선을 담은 뮤지컬들. 두 편 모두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은 오래된 작품이지만 한 편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한 편은 사회를 응시하는 치열한 시선으로 관객에게 큰 의미를 주는 작품들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
◆‘브로드웨이 42번가’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한 잔의 청량음료 같은 뮤지컬.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겐 잠시나마 도피처가 필요하다. 그럴 때 그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 ‘꿈’과 ‘희망’이다. 비록 모든 꿈과 희망이 다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도 끊임없이 꿈을 꾸고, 희망을 위해 돌진하면 누군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보다 지친 이에게 위안을 주는 메시지는 없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대공황기 미국 브로드웨이라는 암울한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끊임없이 꿈을 따라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어설프지만 탭댄스에 놀라운 재능을 소유한 시골 소녀 페기 소여. 오직 꿈을 위해 시골에서 뉴욕으로 상경한 그녀가 재기를 꿈꾸는 뮤지컬 제작자 줄리안 마시를 만나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페기의 경쟁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왕년의 대스타 도로시 브록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한없이 따뜻하고 한없이 착한 이야기다.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엔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고, 이에 따른 실업의 공포도 담겨 있지만 모든 어두움은 ‘꿈’과 ‘희망’을 통해 극복된다. 어찌 보면 조금은 낡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힘든 속에서도 서로 위안하며 희망을 나누는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은 지친 현실을 잊고 잠시나마 즐거워할 수 있다. 그리고 극장을 나서며 다시 한번 힘을 내는 것이다. 국내에서만 20년 가까이 공연된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또다시 무대에 올려질 수 있는 이유다.

화려한 춤과 노래는 한없이 착한 이야기와 함께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또 한 가지의 중요한 힘이다. 특히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탭댄서들의 일사불란한 군무가 압권. 시원한 빗소리를 닮은 탭댄스 소리가 관객들의 흥겨움을 돋운다. 8월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6만∼12만원. (02)580-1300

‘블러드 브러더스’
◆‘블러드 브러더스’

한 사람의 인생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오직 자신을 둘러싼 환경 때문에 망가진다면 그것만큼 비극이 없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 돈과 권력 등 인간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건강한 정신의 사람들마저 쉽게 변질돼간다.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지켜보는 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블러드 브러더스’는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환경에 지배당하는 인간들의 비극을 보여주는 어두운 시선의 극이다. 남편의 무책임함 속에 억척스럽게 아이들을 키우는 존스턴 부인이 한 부잣집의 제의로 갓 태어난 쌍둥이 중 한 명을 몰래 입양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같은 날,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한 명은 가난한 집에, 또 한 명은 부잣집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 미키와 에디 두 쌍둥이 형제의 운명을 통해 환경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비극을 그렸다. 사회의 어두운 단면 속에 희생돼가는 형제의 비극적 삶을 외면하지 않고 마치 현미경으로 실험대상을 바라보듯 냉정한 시선으로 응시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사회와 인간에 대한 문제의식을 관객에게 깊이 각인시킨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상당부분 의지하는 극이다. 배우들은 어린 시절의 순진무구했던 모습부터 조금씩 삶에 찌들어가는 성인 시절의 모습까지 극 속에 구현해야 하는 어려운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특히, 1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형제의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서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성인 배우들이 8살 어린 아이로 분해 능청스럽게 펼치는 연기를 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9월14일까지 서울 혜화동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5만5000∼11만원. (02)749-9037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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