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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부르는 게 값인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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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3 22:01:28 수정 : 2014-07-23 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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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원, 70만원, 50만원, 40만원….”

얼마 전 스마트폰을 새로 사기 위해 국내 대형 통신사의 서울 직영점 몇 곳을 돌아다녔다. 같은 제품인데도 가는 곳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가격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 2년 약정 할부로 단말기 대금을 내고 그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이었지만 판매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스마트폰 판매원은 평소 내는 요금을 물어보더니 통화 패턴을 분석한다며 이런저런 말을 쏟아냈다. 손에 든 태블릿PC로 한참 계산하는 듯하더니 “한 달에 1만∼2만원만 더 내면 된다”며 구매를 재촉했다. 다른 가게에서는 기존에 할인받고 있는 내용을 새로운 할인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구매를 유도하는 등 영업전략도 다양했다.

조병욱 사회부 기자
스마트폰 구매가 금융상품 가입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판매 방식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마트폰 구매에 기기 값 할부가 포함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소비자가 지급해야 할 기기 값 총액인 ‘할부원금’을 묻기 전에 먼저 말해주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매달 납부하는 할부이자에 대해서는 “한 달에 몇 백원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할부이자가 몇%인지는 따져 묻는 게 미안할 정도다. 통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금리가 연 6% 수준이어서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아끼려고 기기 값을 일시금으로 결제하더라도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청소년들도 많이 구매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빚 권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을 사러 온 것인지 은행에 돈을 빌리러 온 것인지 헷갈린다. 처음 자동차를 살 때보다 머릿속이 더 복잡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마트폰 시장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부산에 사는 어머니는 얼마 전 전화를 걸어와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데 알아봐 달라”며 “직접 가서 사면 아무래도 바가지를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스마트폰 시장 판매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법이 10월부터 시행된다.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다.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막고 처벌 근거를 강화한 법이지만, 앞서 이야기한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풀어나갈지는 불투명하다. 시행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 입안자들이 스마트폰 시장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스마트폰 판매를 담당하는 통신사들도 반성해야 한다. 한때 전자제품 메카로 불리던 용산전자상가는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인터넷 판매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용팔이’로 불리던 일부 업자들의 얄팍한 상술이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소비자를 속이고 취한 작은 이득은 관련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신뢰를 잃은 기업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당국이 눈을 감은 사이에 온 국민이 피해자가 되고 있다.

조병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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