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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슬견외경(蝨犬畏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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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3 21:59:10 수정 : 2014-07-23 21: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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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외경(畏敬)-.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뭇 생명의 존귀함을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고 모든 생명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상이다. 우리 민족의 생명 존중 사상에는 인간과 만물을 구별하지 않는 조화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의 수필 ‘슬견설(蝨犬說)’은 머리나 옷 속의 이(蝨)와 개의 생명까지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 만물은 크기나 겉모습, 인간에 대한 이로움과 해로움과는 상관없이 모두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라는 ‘만물일류(萬物一流)’ 사상이 담겨 있다.

생명체 간 차별 없는 동일한 가치도 강조하고 있다. 개와 이가 비록 크기는 다르나 같은 생명체임을 들어 달팽이의 뿔을 소의 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붕새(鵬)와 같게 보라고 전한다.

‘채근담’은 이렇게 뒷받침하고 있다. “‘쥐를 위해 언제나 밥을 남겨두고 나방을 불쌍히 여겨 불을 켜지 않는다’고 했으니 옛 사람의 이러한 마음이야말로 우리 인생이 나고 자라게 하는 기틀이다(爲鼠常留飯 憐蛾不點燈 古人此等念頭 是吾人一點生生之機).”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생명의 고귀함은 더 말해 무엇하랴. “하늘에는 그 계절이 있고, 땅에는 그 사물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그 다스림의 방법이 있으니 이를 가리켜 서로 간여한다(天有其時 地有其財 人有其治 夫是之謂能參)”라고 말한 것처럼 ‘순자’는 인간을 하늘·땅과 같은 격으로 보았을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 통계(Health Data)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29.1명으로 OECD 평균(12.1명)의 2.4배다. OECD 34개 회원국 중 10년째 자살률 1위 자리를 지켰다. 가정, 직장 및 취업,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한 자살은 성별과 나이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살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다. 인간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죽는 심정으로 살아보자.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蝨犬畏敬 : ‘이나 개의 생명까지도 가치 있게 여긴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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