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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살아가라 하지만… 무기력한 대한민국에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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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3 19:07:31 수정 : 2014-07-23 22: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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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멈춰 버린 안산 고잔동 세월호 침몰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희생 학생들의 ‘희망터’였던 단원고 일대의 시계는 2014년 4월16일에 멈춰선 듯했다. 학교가 위치한 고잔1동 마을 전체는 적막감이 휘돌았다. 주민들은 사고가 난 뒤 스스로 죄인이 되어 정한 ‘웃지도 말고, 화사한 옷도 입지 말고, 말도 조심하자’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곳을 벗어나야 “이제는 아픔을 딛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최악의 꽃다운 학생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변화의 조짐이 없는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입으로 질타했다.

23일 단원고에서 300여m쯤 떨어진 ‘원 고잔도서관’ 앞 길. 길에서 만난 중년의 신사는 “침몰 소식을 전해듣고 인근 화원에서 해바라기 꽃을 어렵게 주문해 고잔1동 주민들에게 나주어주었다”며 “해바라기 꽃말이 ‘기다림과 그리움’이어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의도였다”고 했다. 이 신사는 “침몰 100일에 즈음해 다시 마을을 찾았는데 버림받은 마을처럼 썰렁하다”고 아쉬워했다. 고잔1동 무진빌라의 한 주민은 “옆집의 숨진 아이 부모들은 집회 참석차 오늘도 서울로 갔다. 세월호 참사 문제는 우리 동네에선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웃으면서 길거리를 활보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인산인해를 이뤘던 정부합동분향소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하루 1만여명 이상 찾았다. 그러나 조문객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물었다. 분향소 앞 자원봉사 천막들도 대부분 철수한 듯했다. 분향소 앞 한 시민단체 소속 자원봉사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이젠 하루 열 명도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고잔동을 벗어나 상가로 나오면서부터 “이제는 슬픔을 딛고 새로 출발할 수 있게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단원고에서 큰 길을 따라 500여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식당 주인의 전언이다. “세월호 사건이 지역경제는 물로 나라 경제까지 침몰시키고 있다. 상처를 지우지도 잊어서도 안 되지만 나라가 살아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 큰 사고 후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무엇 하나 속시원히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며 “대한민국이 이처럼 무기력한 나라인지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 유가족들은 그저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 유가족은 “아직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지도 않았다. 자식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으라 하냐”며 언성을 높였다.

안산=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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